대한의학회, 부정행위 유형으로 사전 공지
수험표에 시험문제 일부를 적었다는 이유로 전문의 필기시험을 불합격 처리한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A 씨가 사단법인 대한의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전문의 자격시험 1차 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지난 1월 전문의 자격시험 1차 필기시험 종료 후 일부 시험문제를 적은 수험표와 시험지, 답안지를 제출했다. 대한의학회는 청문 절차를 거쳐 A 씨의 행위를 부정행위로 보고 전문의 1차 시험 불합격, 향후 2회에 걸쳐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불가 처분을 했다.
이에 A 씨는 “해당 문제의 정답을 고민하다가 문제를 적어보면서 출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적었을 뿐”이라며 “부정행위를 하려고 했으면 해당 수험표 대신 미리 준비해 간 예비 수험표 중 1장을 제출했을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처분의 근거 규정인 의료법 어디에도 부정행위자에 대해 응시 기회를 박탈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며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정행위의 유형은 다양하므로 대한의학회는 기존 사례를 종합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응시자들에게 안내하고, 반복해 주지시켰다”며 “원고의 행위는 부정행위자 처리지침이 정한 ‘문제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유출하는 행위’로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한의학회는 ‘수험표 및 종이에 시험문제, 답의 일부나 전부를 옮겨 적거나 이를 유출하는 행위는 부정행위자 처리지침에 의거 부정행위자로 처리되오니 반드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전문의 1차 시험의 수험자 유의사항을 확인해야만 수험표를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당 내용을 고사장 내에 부착하고, 시험 교시별 OMR 답안지에 기재, 응시자의 서약을 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는 수험표에 해당 문제의 보기 문항 전체가 기재된 것을 보면 정답 고민이 아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법 및 관련 규정의 내용에 시험문제 유출을 방지해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공익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시행규칙이 관계 법령에서 위임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르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이 3년 뒤로 미뤄지나 의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별다른 장애가 없다”며 “원고가 입게 되는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이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