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규정상 문제없어…KCGI 공세ㆍ선친 유언 등으로 경영복귀 속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해외명품 밀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며 구속을 면하자, 경영 복귀 가능성에 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3남매(원태·현아·현민) 공동경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인천지법은 13일 오전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80만원을 선고하고 63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판결은 유죄지만, 집행유예로 구속은 면해 경영 복귀 시점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 각 계열사는 임원이 위법 행위를 하더라도 구속상태만 아니면 규정상으로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전히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남아있지만, 검찰이 벌금형(1500만원)을 구형해 재판 결과가 경영복귀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보름만에 그룹 총수에 오른 장남 조원태 회장에 이어 최근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까지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해 한진 3남매가 함께 그룹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처럼 한진 3남매 ‘합동경영’ 시나리오가 급부상한 것은 우선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무섭게 늘리며 경영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최근 한진칼 지분을 16%가량으로 늘린 KCGI는 내년 3월 주총 전에 20%가까이 높이면서 경영권 견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 KCGI는 ‘주식 보유기간 6개월’이라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총장 문턱조차 넘어보지 못하며 내년을 기약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KCGI에 주식담보대출 200억 원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한 점은, 향후 지분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래에셋대우 등 한진그룹의 일명 백기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KCGI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가 3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무 2.27%로 보유량이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70%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28.70%로 KCGI보다 앞도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물론 선친의 지분 상속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고 조양호 전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로는 유가증권 약 2500억원이며 퇴직금과 부동산 등을 합하면 약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소공동 한진빌딩 등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정석기업이 상속세 마련을 위한 매각 대상 중 하나로 꼽혀왔던 만큼 향후 상속 과정에서 조현민 부사장의 역할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아버지 고 조양호 회장의 유언도 3남매가 경영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불거졌던 상속을 둘러싼 3남매의 갈등설을 일축하고, 오히려 머리를 맞대고 그룹을 함께 경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 시일 내에 한진가 3남매 모두가 경영 전면에 나선다면, 경영권 방어는 물론 각 분야를 담당하며 그룹 전반에 걸친효율적인 경영도 한 층 더 수월해 질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과 그룹 전반,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 조현민 전무는 마케팅 전반
에 대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진칼에서 조 전무의 공식 직책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그룹의 신사업 개발과 사회공헌 등 마케팅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