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 전 이사장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공판에서 벌금 30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출입국관리법위반 등 벌금형 최고형은 2000만 원인데 가중된 법정형으로 벌금 3000만 원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가담 기간, 초청 인원수 그리고 피고인의 죄질,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해서 범죄자로 전락하게 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이사장은 “아무리 잘 몰랐다 하더라도 제가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한 것은 제 잘못이라 사죄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총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이 회장 비서실에 필리핀 가사도우미 선발을 지시하면 현지 임직원이 가사도우미들을 선발하고 대한항공 필리핀 우수직원으로서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위장해 일반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아 입국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전 이사장 측은 이를 철회했다. 앞서 이 전 이사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 이 전 이사장이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총괄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이사장은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고 조양호 회장이) 돌아가시기까지 해서 1회 기일 전에 상세히 상의할 경황이 없었다"며 "다시 상의한 끝에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번 (법정에) 나와 앉았을 때 어쨌든 책임은 내게 있고, 증인까지 부르고, 다투고, 길게 한다고 해서 책임을 다 면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 같다 해서 '제가 다 잘못했다, 책임 느낀다'고 변호사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 오후 2시에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