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과정 성과 압박에서 비롯"
경쟁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경동나비엔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동나비엔에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14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상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경동나비엔 직원 강모 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다른 직원 김모 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경동나비엔 법인에는 벌금 50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강 씨의 업무상 배임, 절도, 영업비밀 사용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강 씨가 빼돌린 자료의 재산가치가 5억 원에 상당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특가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퇴사하고 경쟁 업체로 이직하면서 피해 회사가 오래 쌓아온 핵심 자료인 설계도면 등 영업상 주요 비밀을 반출하고 사용했다”며 “정보의 가치와 양 등을 고려할 때 피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김 씨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 영업비밀 취득·사용·누설, 증거은닉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다만 일부 자료의 기밀성은 인정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 혐의 중 일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을 반출해 사용하거나 누설하고 별도로 필요한 자료를 직원으로부터 반출 받고, 증거를 은닉하기도 했다”며 “영업비밀 침해는 공정한 경쟁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경동나비엔에 대해 “피고인들의 영업비밀 사용 경위 등을 고려하면 주 업무와 관련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접적인 위반자인 강 씨, 김 씨 등과 관련해 앞서 살펴본 여러 정상에 더해 이들의 범행은 경동나비엔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의 성과 압박에서 비롯됐고, 이익은 결국 회사에 귀속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 씨는 지난해 6월 대유위니아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3D도면 등 주요 핵심 기술 자료를 USB·외장 하드 등을 통해 무단으로 반출한 뒤 이직한 경동나비엔으로 가져간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주요 설계도면 등을 빼내 경동나비엔의 신제품 개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 씨보다 1년 앞서 경동나비엔으로 이직한 김 씨의 기술유출 정황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