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범죄자를 중국 본토에 압송할 수 있게 하는 법안(송환법)을 추진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홍콩 정부는 15일(현지시간) 해당 법안에 대한 심의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파 단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동시에 경찰의 최루탄 사용으로 많은 부상자가 나온데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16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송환법이 제정되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잃는 등 큰 경제적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WSJ는 Q&A를 통해 송환법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짚어봤다.
◇무엇이 문제인가=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중국은 적어도 2047년까지 ‘일국양제’ 개념에 근거해, 사람들의 자유와 홍콩의 법제도를 지지한다고 보장했다. 민주화를 추구한 2014년 ‘우산 혁명’이 중국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79일 만에 끝나자 당국은 반대 의견에 한층 무관용하게 됐다. 항의 활동에 관여한 운동가를 투옥시키고, 독립을 내건 정당을 금지하고, 그 당의 창설자를 강연에 초대한 외국인 언론인을 실질적으로 추방했다.
◇왜 이렇게 많은 시민이 항의하는 걸까=송환법에 의해 홍콩에 있는 모든 사람이 중국 본토의 사법제도 대상이 돼 자의적인 구속과 고문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홍콩 정부는 그들을 무시하는가=개정안을 되도록 빨리 가결하지 않으면 홍콩 시민의 안전이 위험에 노출되고 홍콩이 ‘범죄자 은닉 장소가 된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법 대상이 되는 것은 금고 7년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며, 그 범죄는 인도 요청이 나오기 전에 홍콩과 본토 양쪽의 법률에서 범죄로 규정돼야 한다. 당국자들에 의하면 집회와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범죄는 인도 대상이 되지 않는다.
◇왜 시민들은 당국을 신뢰하지 않나=9일 집회에서는 법안을 추진하는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해 ‘배신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콩이 중국 본토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과거 수년간 의심이 강해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정치 범죄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강조했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과 외국인 인도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나=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와 미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는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홍콩의 국익과 기업의 이익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 6일에는 언론인보호위원회(CPJ)와 레인보우액션 등 약 70개 비정부조직이 서명한 서한도 제안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들으려고 하는가=2003년 중국 정부는 이번과 같은 항의 시위에 따라 국가안전 조례를 철회했으나, 그 대신 홍콩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 반대 의견을 억제하는 데 주력했다. 중국 경제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은 그 후 확대했다. 민주화 요구 운동이 일어난 2014년 이후 중국 정부는 완고한 자세를 취해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9일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두 차례의 법안 심의를 예정대로 12일에 실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원이 법안을 정밀검토할 수 있는 법안위원회를 우회하는 이례적인 절차를 취했다. 민주적으로 선발된 민주파를 배제한 입법회(의회)에는 친중파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법안을 수주 안에 가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위가 격하게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홍콩 정부는 15일 심의 연기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