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메기’ 쿠팡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입력 2019-06-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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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서비스(쿠팡)
쿠팡이 유통가 전체를 흔들고 있다. ‘전날 주문, 익일 배송’이라는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선두주자로 떠오른 쿠팡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까지 ‘빠른 배송’ 경쟁에 뛰어들게 하며 유통업계 전체를 배송 격전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다. ‘쿠팡이츠’라는 배달대행 신사업의 불공정 행위 논란에 이어 위메프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했다. 이같은 경쟁업체의 견제는 적자 누적으로 내실을 다져야하는 쿠팡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쿠팡을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위메프는 지난 4월 말부터 특가클럽회원에게는 200%, 일반회원 대상 100% 최저가 보상제를 진행하고 있다. 위메프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쿠폰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체가 판촉 지원을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자체 조사 결과 판매자들이 쿠팡의 부당한 가격 꺾기와 손실비용 전이가 부담돼 타사의 최저가 상품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위메프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를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 납품업자를 상대로 한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를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 제15조 등을 위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7일에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쿠팡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쿠팡이 외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출시를 앞두고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곳 음식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다. ‘쿠팡이츠’는 현재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등에서 시범서비스 중이다. 이달 초에는 LG생활건강도 주문한 상품에 대한 반품금지와 배타적 거래강요금지,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등의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하고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거래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이같은 업계 움직임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 등을 전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소송이나 신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쿠팡을 걸고 넘어지는 업체들은 한두곳이 아니다. 지난 4월 대형마트 최저가 전쟁에서도 오프라인 유통공룡은 쿠팡을 소환했다. 롯데마트는 일주일 단위로 8개씩 최저가 상품을 선보이는 ‘극한가격’을 펼치며 노골적으로 쿠팡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메프 역시 쿠팡보다 비싸면 200% 보상한다는 행사를 펼쳤다.

쿠팡에 대한 이같은 견제의 본질은 ‘위기감’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쿠팡이 국내 유통 시장 질서를 뒤바꾸면서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공룡을 위협할 정도의 온라인 대표주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쿠팡이 2015년 빠른 배송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유통업계는 벤처기업의 ‘무모한 도전’쯤으로 치부했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전 유통업태마다 익일배송도 모자라 업계 최단 시간인 30분 배송(롯데마트)까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실제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쿠팡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쿠팡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4조4228억 원)보다 66.5% 증가한 7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증권가에 전망한 올해 롯데마트의 매출 6조4000억 원보다 1000억 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연간 영업손실 규모도 2017년 64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970억 원으로 확대됐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이 종결될 때까지는 쿠팡이 누적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이 언제까지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감내할지가 쿠팡의 성패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신사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쿠팡은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 로지스틱스(CLS)를 설립하고, 국토부로부터 신규 택배 사업자로 지정받았다. 현재는 쿠팡 자체의 물류만을 담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탁배송 사업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쿠팡의 지난 1월 하루 평균 로켓배송 출고 건수는 170만 건으로 택배업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CJ대한통운(일평균 택배 건수 400만 건)에 이어 2위 업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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