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읽은 책을 한 번 생각해 봤다. ‘코스모스’ 챕터4까지, ‘이기적 유전자’ 챕터 6까지... 이게 끝인가?
이렇게 부족한 독서량이 절대 기자의 게으름 탓일리가 없다. 집에 여건만 받쳐준다면 훨씬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흑흑.... 책을 살 돈이 없냐고? 사실 그게 아니다.
침대로부터 방의 불을 끄러 가기까지 스위치가 너무 멀다.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 조금 독서를 하다 자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불 켜진 상태로 책을 보다, 책을 다 보고 덮은 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 문 앞에 달린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누우면’, 그게 잠이 오겠냐 이 말이다.
몇 번은 불을 켜고 책을 보다 그냥 잠들어 보기도 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 스탠드를 사면 되지 않냐고? 안 써 본건 아닌데 위에서부터 빛이 내리쬐니까 눈이 부시다. 그리고 보고자 하는 페이지에 빛이 잘 내리쬐도록 눕는 게 쉽지가 않다. 말로 설명하기 참 힘들지만, 공감하시는 분이 계실 거라 본다. 자꾸 내 머리에 빛이 가려진다거나... 빛이 잘 들어오게 책을 둘 위치를 찾기가 애매하다거나....
아예 시간을 내서 불을 켜고 앉아서 책을 볼 만큼 본 뒤 불을 끄고 자거나,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서 책을 보면 되지 않겠냐고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근데 그게 됐다면, 지금 이렇게 안 살았겠지?
원래 책은 자기 전에 잠깐 보다가 자는 게 제맛이다. 앞서 거론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한 아이템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이 제품의 정확한 이름은 ‘다보여 LED 돋보기’. 원래는 노안 등으로 인한 저시력자들이 사용하라고 만든 상품이긴 하다.
근데 기자는 책을 볼 목적으로 샀다. 글씨가 더 작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크게 보이는 거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직썰리뷰] 코너 대부분의 아이템, 아니 세상 모든 물건이 마찬가지지만,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물건이다.
먼저 장점부터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자기 전에 책보기에 최적화된 상품이다. 렌즈를 살짝 누르면 불이 켜지고, 다시 누르면 꺼진다. 책을 다 보면 그냥 꺼서 옆에 두고 자면 된다. 책을 보다 자기 위해서 ‘책을 보다가, 다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 그걸 안 해도 된다.
스텐드처럼 내 머리 위에서 조명이 비치는 게 아니어서 쏟아지는 빛 때문에 눈이 부실 일도 없다. 저시력자라면 돋보기의 글자를 키워주는 효과까지 누릴 만하다. 여기까지가 장점이다.
생각보다 단순하게 써서 장점이 좀 부족해 보이는데, 자기 전에 잠깐 책을 보기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이미 굉장히 큰 장점이다. 그리고 어두운 방에서 책만 밝아지기 때문에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을 주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단점은 디테일에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일반적인 책이 ‘한눈에 안 들어올’ 크기라는 것. 다시 말하면 책에 글자가 있는 부분들보다 이 돋보기의 렌즈 반경이 더 좁다. 그래서 한 줄이 한눈에 안 들어온다. ‘아니 그게 뭔 상관이지? 글자만 읽을 수 있으면 책 읽는데 문제 없지 않나?’ 싶겠지만, 해보니 그렇지가 않더라.
다음 줄의 내용을 바로 읽을 수가 없으니까 책을 원활히 읽는 데 큰 방해가 됐다. 이거 마치 작은 ‘성경 책’ 사이즈로 제작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또 하나의 단점은 이게 돋보기란 정체성에 있다. 책에 딱 붙이지 않으면 초점이 흐려져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는 돋보기가 전혀 필요없을 만큼 시력이 좋아서, 돋보기가 있으니 초점이 안 맞아 오히려 어지러웠다. 불행 중 다행히 그리 심하게 초점이 안 맞는 건 아니었다. 도수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적응하면서 봐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정면에서 봐야지, 조금 측면에서 보면 역시 초점이 흐트러 진다.
너무 밝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점이다.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았었을 것 같다. 너무 책이 밝게 보이니까 역시 어지럽다. 여러모로 어지럼증을 잘 발생시키는 제품이다.
총체적인 만족도는 별 5개 중 별 3개 정도. 이런저런 단점이 있더라도, 일단 큰 불편 없이 자기 전에 책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맘에 든다.
이제 이게 생긴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기 전 3분 30초 정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으니 기자는 분명 독서왕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