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산업부 기자
최근 한 기업의 ‘회장님표 김치’가 화두로 떠올랐다.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가 만든 김치를 계열사에 강제로 떠넘기며 부당하게 이익을 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당연히 해당 김치는 금(金)치로 주목을 받았다. 대기업 총수의 배를 불리기 위해 회사가 조직적으로 김치를 부당하게 사들이면서 공정성을 해쳤다는 비난 여론 역시 들끓고 있다.
총수의 사익 편취 문제는 비단 한 회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는 경우는 많다.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총수 일가는 문제가 되는 회사의 지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여전히 재벌들의 사익 추구는 남아 있다.
내부거래는 총수들의 개인 주머니를 불려준다는 문제도 있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 중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진 것은 무려 94%다.
결국 회사가 경쟁 없이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로, 다른 기업은 경쟁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셈이다.
최근 기업에 거는 기대는 크게 바뀌고 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이윤 추구 조직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기업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있는지, 기업시민으로서 기업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의 사익 편취는 이 시대에는 근시안적 탐욕일 뿐이다.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총수 주머니 채우는 일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정한 경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들도 어떻게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공정한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해야 100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제2의 회장님표 김치’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들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