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이 290억 원의 현금을 쏟아부으며 인수한 삼성메디코스의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인수 판단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텍은 1월 180억 원의 현금을 주고 한국줄기세포뱅크로부터 삼성메디코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신규사업 진출 및 사업 다각화가 표면적인 양수 목적이었다. 아이텍은 이어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 등을 이유로 증자를 통해 삼성메디코스에 110억 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삼성메디코스 인수와 사업 여건을 만드는 데 290억 원의 거금이 투입된 셈이다.
2009년 7월 설립된 삼성메디코스는 화장품과 화장용품 도매업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 46억 원, 영업손실 12억 원을 냈으며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돼 작년 말 기준 일부 자본잠식 상태다.
삼성메디코스는 최문재 전 대표가 2015년 2월 삼성제약에 지분 100%를 37억 원에 넘기며 주인이 바뀌었다. 당시 삼성제약은 최 전 대표를 상대로 37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현금 유출 없이 제약에서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메디코스는 인수 직후부터 적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사드 등의 영향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한 탓이다.
삼성메디코스가 실적 부진으로 2016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되자 삼성제약은 2017년 2월 40억 원의 유상증자는 물론 대여금 147억여 원도 출자전환하며 회생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삼성메디코스의 적자는 계속됐고 2017년 10월 한국줄기세포뱅크에 회사 지분 100%를 163억 원에 매각했다. 이때도 역시 삼성메디코스 매각 대금은 현금으로 치러지지 않았다. 삼성제약은 삼성메디코스 매각 대금과 동일하게 한국줄기세포뱅크가 발행한 CB를 받았다.
아이텍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된 것이 1년 3개월 만이다. 그동안 몸값은 17억 원이 더 붙었고 적자는 지속됐다. 게다가 이번 인수 건의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치러져 한국줄기세포뱅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19억 원에 27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삼성메디코스와 마찬가지로 일부 자본잠식 상태다.
한편 아이텍의 삼성메디코스 인수 효과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장의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메디코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3억6000만 원에 영업손실 1억8000만 원을 냈다. 2분기 적자 탈출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