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환경에 따른 정책 보완과 우선순위 조정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경제 주체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주기 위해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앞으로 정책실장으로서 국회와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 등 정책의 고객 및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사실이 달라지면 마음도 바꾼다”라고 했던 케인즈의 예를 들어, “자신을 어느 한 방향으로 규정짓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어떤 문제에 선험적(先驗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정책을 조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신의 취임으로 재벌개혁에 중점을 둔 공정경제의 기조와 반(反)대기업 정책 강화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앞으로 경제정책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공정경제만으로 성과를 다 낼 수 없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세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선순환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의구심은 크다. 김 실장이 과거부터 가져온 ‘재벌 저격수’의 이미지가 깊이 각인된 탓이다.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임식에서도 “기업들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공정위원장 재임 시 밀어붙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가정신을 꺾고 불필요한 경영부담을 늘려 경제활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 실장은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의 충격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수출이 작년 12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다. 투자 또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경제여건의 불확실성만 증폭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제상황이다. 김 실장은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할 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 개선을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와 민생의 부작용을 키운 정책실패 요인을 제거하고, 기업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최우선이다. 엊그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역대 한국경제학회장들은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와 시장중심 성장정책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경제 추락을 막을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김 실장이 강조한 시장과의 소통과 정책 유연성 제고는 한 묶음이다. 당장 급한 것은 친(親)시장 정책으로의 대전환이다. 환경이 바뀌었으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