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조사업체 포멀하우트테크노솔루션즈가 화웨이의 신제품 ‘P30프로’를 분해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미국이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서플라이 체인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신문에 따르면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P30프로’를 분해한 결과, 총 1631개의 부품, 363.83달러어치가 사용됐다. 이 가운데 부품 메이커의 국적별 비율(금액환산 기준)을 보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이 50% 가까이 차지했다.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의 비율은 16.3%로, 코닝의 커버 글래스 등 고부가가치 부품이 많았다. 미국산 부품은 겨우 15개가 쓰이지만 금액은 59달러가 넘는다. 일본은 소니 카메라를 비롯해 화웨이 스마트폰 부품의 23%를 차지했고, 한국은 8% 가까운 비율을 보였다. 한국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이 562개로 일본(869) 다음으로 많지만 금액 상으로는 5개국 중 가장 낮았다.
이번 분석을 통해 확인된 건 화웨이의 해외 부품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산하 반도체 업체 하이실리콘을 통해 부품의 자급자족을 추진해왔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애플의 경우,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의 부품 의존도는 화웨이보다 높다. ‘아이폰XS’의 상위 기종은 미국과 한국의 비율이 각각 30%를 넘었고, 일본과 합하면 77%나 됐다.
중국과 대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부품 비용만 감안하고 조립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 제품은 대만 기업이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애플은 서플라이어에 대해 중국 생산의 15~30%를 다른 나라로 돌리도록 요구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분석 결과, 미국이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제재를 결정한 화웨이 등 중국 5개사의 생산이 막혀 미국 일본 유럽에서의 매출을 잃으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 5개국의 주요 산업생산은 총 11조 엔(약 117조 원) 감소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90%를 차지한다.
미국이 지난달 자국 기업과 화웨이 간 거래를 금지시키면서 화웨이의 매출은 2년 간 총 3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올해 20% 감소, 연간 4000만 대의 감산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네 번째 관세 폭탄을 투하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진다. 모건스탠리는 만약 애플이 관세의 영향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면 현재 999달러인 ‘아이폰XS’가 160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14억 대, 시장 규모는 약 57조 엔이었다. 신문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서플라이 체인에 힘입어 대형 제조업체들은 연간 수억 대의 고성능 제품을 싸게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이 생태계가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