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과 AK플라자를 따돌리고 영등포역사 수성에 성공하면서 낙찰가를 둘러싼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연 매출 5000억 원에 이르는 롯데의 상위 4번째 노른자 점포다. 높은 매출과 함께 영등포 지역은 앞으로 서울 3도심으로 개발이 예정된 지역이라 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종 낙찰가가 예상보다 낮아 흥행이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영등포점 연장에 들인 금액은 연 251억 5002만원으로 한국철도공단이 제시한 최저금액보다 불과 34억 원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이나 AK플라자 등 3사 모두 안정적인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롯데가 예상보다 '헐값'에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임대기간 리스크가 꼽힌다.
영등포역사 사용허가 기간은 사용허가 개시일인 내년 1월 1일부터 5년 간(공사기간 포함)이다. 여기에 추가로 5년 연장(5년+5년)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철도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영등포역사 흥행의 발목을 잡던 전임대 문제가 해소됐지만,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기존 최대 10년(5년+5년)에 불과한 임대 기간을 최대 20년(10년+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연내에 국유재산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최대 20년 운영의 꿈은 반토막 나게 된다. 신세계나 AK플라자로서는 새로운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불명확한 임대 기간이 걸림돌이 돼 입찰가격을 높게 쓰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사업을 계속 해온 롯데에 유리했던 셈이다.
여기에 주변 시장과의 상생 문제도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새로운 업체가 점포를 열기 위해서는 주변 시장 상인들과 올 3분기 내에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철도공단에 지불해야 할 임대료 외에도 상인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비용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 점 역시 기존 사업자인 롯데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영등포 상권에 백화점이 과포화 상태인 점도 문제다. 영등포 역사를 반경 3㎞ 내에는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디큐브점이 있다. 범위를 넓히면 현대백화점 목동점 역시 같은 상권이다. 더욱이 현대백화점은 2021년 상반기에 여의도 '파크원'에 입점할 계획이다. 서울 서남부권을 놓고 백화점들이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만큼 신세계백화점이 높은 금액을 치르기에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다.
계속된 적자로 8월 구로본점 영업을 접는 AK플라자 역시 과감한 베팅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AK플라자는 미래 전략사업으로 백화점을 대신해 NSC형(Neighborhood Shopping Center) 쇼핑에 주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AK플라자의 관계사 AM플러스는 지난해말 신길뉴타운 인근에 사러가쇼핑센터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이 부지는 약 1000평 가량으로 AK&(앤) 홍대점과 비슷한 크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 업황이 좋지 않아 각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베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특히 기한이 20년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고객과 파트너사로부터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아 성장한 점포인 만큼 앞으로도 국내 유통업계와 지역사회에 다방면으로 이바지하는 지역 최고의 백화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