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상승률 0%대, 디플레 우려 정말 없나

입력 2019-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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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6개월째 소비자물가가 0%대 상승률에 머물렀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 100 기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오르는 데 그쳤다. 상반기 누계로는 0.6%의 상승률을 보였다.

품목별로 석유류 가격이 3.2%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끌어내렸다. 전기·수도·가스가 1.3%, 서비스물가는 1.0% 올랐다. 집세와 공공서비스 물가는 각각 0.2% 떨어졌다. 농·축·수산물이 1.8% 상승했지만, 채소류가 2.5%, 수산물은 0.9% 내렸다.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은 무상급식 확대와 무상교복 지급, 고교 무상교육 등 복지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으로는 계속된 소비 부진이 물가상승률을 낮췄다.

이에 따라 연간 물가상승률이 1% 미만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0%대 물가상승을 보인 해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1999년(0.8%), 국제유가가 폭락한 2015년(0.7%) 말고는 없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는 지속적인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현상이다. 가장 나쁜 경제 흐름이다. 장기간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부진해진다. 기업은 수요 감소로 재고 부담이 커지고, 생산과 투자를 줄인다. 결국 성장 후퇴로 이어지면서 경기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생산·투자·소비가 줄면서 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 곧 나올 정부의 성장 목표치도 당초의 2.6∼2.7%에서 2.5% 수준으로 낮아질 게 확실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미·중 무역전쟁의 일단 휴전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일본까지 한국 경제의 최대 취약점을 겨냥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의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키로 했다. 우리 주력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는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전반적인 가격하락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저물가 원인이 수요부진에 있다며, 물가상승률 0%대가 지속되는 지금 국면을 ‘준(準)디플레이션’으로 규정했다.

디플레 논란은 차치하고, 가장 큰 문제는 경제여건이 갈수록 심각하고 암담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총체적 경제난국에 정부가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갖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책의 모든 수단들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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