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세계 하이테크 산업에 민족주의 부각”…환구시보 “일본, 같이 망하는 길 택해”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 새로운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지 주요 언론매체들은 연일 일본의 수출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갈등이 전 세계 하이테크 산업에 민족주의적 흐름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체인에 문제가 생긴 국가들이 그 대안으로 자급자족 체제로의 전환을 도모하게 됐다는 것이다.
WSJ는 지난 2일에도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자유무역 챔피언을 자처하더니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전술을 따라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애플 아이폰, 더 나아가 애플의 일본 공급업체도 연쇄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 일본이 수세대를 걸친 식민지 시대와 관련된 분쟁을 이유로 한국에 ‘관세 해머’를 휘둘렀다면 이는 고전하고 있는 한국 기술산업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며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을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언론들도 일본의 일방적인 대한 수출규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3일 “일본의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LG 등이 중상을 입겠지만 일본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일본은 한국과 같이 망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비꼬았다. 같은 날 인민일보도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관계 경색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대만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3국에서조차 수출규제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일본은 제재 2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6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고자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맞먹는 추가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18일이 그 조치가 나올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놓고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는데 18일이 바로 한국 답변 마감기한으로 설정해 놓은 시점이다.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가 답변하지 않을 것을 예상해 새로운 제재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에 중국만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 내 손꼽히는 ‘중국통’인 엔도 호마레 츠쿠바대학 명예교수는 7일 야후재팬에 기고한 글에서 “5G 필수 특허 출원 관련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과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막상막하 경쟁을 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의 한국 기업 때리기는 결과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만을 기쁘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