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특정대학의 도 넘은 족집게 특강과 모의고사 적중률 논란
54회째를 맞은 공인회계사(CPA) 선발 시험이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서울 소재 ○대학 고시반의 모의고사와 특강이 실제 문제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준비생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매년 반복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5일 관련 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금융감독원이 시험 문제 유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은 여전하다.
◇ 사전 유출 가능성은? = 금감원은 출제 보안 등을 근거로 문제 유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험생 사이에서는 출제위원 소집일 이전 유출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당 모의고사와 실제 출제위원이 동일 인물이라면 시점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금감원은 10일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자처하고 "실제 시험 출제위원과 모의고사 출제자는 다른 인물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둘 사이의 연관성이다. 모의고사 출제자가 실제 출제위원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면 출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논란이 되는 특강 연사와 실제 출제위원이 지난해 함께 회계 관련 책을 집필한 것은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진상 요구도 거세다.
◇ 출제위원 선정 이후 합숙까지 공백은? = 현재 공인회계사 시험은 문제은행식이 아니라 출제위원들이 7일간 합숙하면서 서술형 문제를 낸다. 이날 백브리핑에서도 출제위원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의 시발점은 출제위원이 선정 통보를 받은 이후 합숙소 소집까지의 공백기간이다. 사전 유출 가능성 차단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없고, 출제위원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출제위원은 합숙소에 들어오면서 최근 3년 동안 자신이 낸 문제를 내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면서 "다른 시험 범위와 달리 회계감사 과목의 경우, 출제위원의 풀이 너무 좁아 아무래도 작년 출제자가 또 문제를 내는 등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제위원이 해당 서약을 어길 시, 별도의 제재를 가한다는 법적 근거나 기준이 없어 형식적인 보안 장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 모의-실제 유사 문항 동일인이 출제 = 특정 대학 고시반의 족집게 특강은 문제 유형에 대한 적중률이 높았고, 모의고사 두 문제는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본 유형 항목 수준이며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해당 특강 내용과 실제 문제 출제를 비교했을 때 유형별 유사성만 보일 뿐"이라며 "누구나 출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이라고 설명했다. 또 "빈도 높은 출제 유형을 놓고 특강과 실제 출제 연계율을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출 논란을 빚는 두 문제 출제위원이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제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의혹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 조사 결과 마무리는? = 금감원은 대대적으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사실 여부를 따지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되는 두 문항에 대해서는 점수상 배점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인 만큼 재시험 가능성은 일축했다. 박권추 금감원 심의위원은 “공인회계사시험 문제는 특정 출제위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목당 다수의 출제위원이 논의하고 검토 요원의 의견을 반영해 출제하는 등 보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만 이번 유출 논란을 계기로 시험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점검해 미비점이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사는 8월 말 2차 시험결과가 발표되기 전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