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가로막힌 경제...블룸버그 “한일 갈등, 출구가 없다”

입력 2019-07-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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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사카/AP뉴시스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첨단 소재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출구가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일 양국의 실무진 협의가 예정돼 있지만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타협을 요원하게 하는 정치적 마감시한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15일은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에 공식 협상을 요청한 마감시한이다. 18일은 일본이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한 것에 대해 한국의 최종 답변 시한이다. 무엇보다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 가능 의석 확보를 간절히 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은 수출 제한 관련 대화를 요청해 온 한국에 응하면서도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이지 협상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오는 1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이뤄질 한일 양자협의도 실무적 설명 차원의 사무 레벨인 과장급을 고집했다.

조나단 버크셔 밀러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양측 지도자들의 정치적 상황이 경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의식은 부정적이고 아베 역시 한국사람들에게는 기피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부터 일본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승인 절차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3년에 한 번 정도 이뤄지던 한국 수출에 대한 신청·승인 절차가 계약 건별로 진행되고, 신청서류 작업량도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 90일 정도가 걸려 사실상 수출이 어렵게 됐다. 또 일본 당국은 심사 과정에서 군사 전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수출 허가를 아예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현재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7개국의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을 추진중이다. 일본의 새 수출무역관리령이 발효하면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이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될 우려가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수출 제한으로 한국의 경제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지만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전 외교관이자 교수인 미야케 구니히코는 “어느 쪽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업들이나 금융시장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전까지 터닝포인트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같은 이유로 블룸버그는 미국의 중재없이 양측이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날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일본 방문이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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