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들이 표결에서 사용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 859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이 결정의 키를 쥐고 있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올해도 쏟아졌다. 노사 갈등을 줄이고 최저임금위의 중립성 확보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저임금 개편안은 여야의 시각차 때문에 국회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40원(2.9%)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8880원 안과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8590원 안을 놓고 표결에 부쳐져 15표를 얻은 사용자 안이 근로자 안(11표)을 이겼다. 1표는 기권처리됐다.
노사는 각자 자신들이 낸 안에 투표했다고 가정하면 남은 공익위원 8표 중 6명은 사용자 안에 2명은 근로자 안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시사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을 결정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는 최저임금법상 명시된 결정기준도 무력화 됐다. 법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이번 인상률 2.87%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어떻게 반영 했는지는 대해서는 얘기를 안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권의 입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폭이 좌지우지 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나왔다. 정부안은 최저임금위를 최저임금 심의기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심의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외압 논란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공익위원은 7명 중 일부를 국회 추전을 받아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이 고려돼야 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요구하는 등 여야가 팽팽히 맞서 통과도 불투명하다. 또 구간설정위원 9명 중 5명을 정부가 추천하도록 해 상·하한 구간 설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커 노사와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원화는 옥상옥이 돼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을 더디게 해 노사 간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