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부진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취약한 금융시스템도 부담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27년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에 따른 것으로 6%대 성장률을 일컫는 ‘바오류’를 지켜내기도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1분기의 6.4%에서 0.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도 밑돈 수치이자 해당 통계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최저치다.
연간 기준으로 최저치는 톈안먼 사태로 인해 서구권의 경제 제재를 받았던 1990년의 3.9%다. 중국의 지난해 연간 GDP 증가율은 6.6%로 2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새로운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GDP 증가율은 6.3%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분기 GDP 증가율은 여전히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6.0~6.5% 범위’ 안에 있지만, 2분기 중국 경제 활동 대부분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기 전인 4월과 5월 초에 일어났다며 앞날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분기 초만 해도 3월 중국 정부의 감세와 올 봄 시작된 대규모 인프라 지출로 낙관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나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5월 10일 결렬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000억 달러(약 236조 원) 규모의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면서 중국 경제는 다시 수렁에 빠지게 됐다. 조지 매그너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확실히 중국의 경제활동은 4월까지는 확장 기조였다”며 “5월에 돌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GDP와 함께 발표한 6월 주요 경제지표는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6.3% 늘어나 5월(5.0% 증가)과 비교해 성장세를 회복했다. 이는 5.2%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을 웃도는 것이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9.8% 늘어나 전월의 8.6%에서 8.3%로 둔화할 것이라던 전문가 전망을 뛰어넘었다.
올해 상반기 농촌을 제외한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이는 1~5월 증가율보다 0.2%포인트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성장을 강력하게 이끌었던 수출입이 최근 수개월간 부진하면서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지난 12일 발표한 6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3%, 수입은 7.3% 각각 감소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전반적인 경기둔화에 따른 해외수요 약화가 중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맥쿼리캐피털의 래리 후 중국 경제 담당 대표는 “글로벌 경제의 둔화 속에 중국도 확실히 전반적으로 감속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무역은 물론 부채에 허덕이는 중국 금융시스템이 최근 수 주간 잇따른 충격에 흔들린 것도 경기둔화를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중국 금융당국은 5월 말 유동성 위기를 맞은 네이멍구자치구 소재 바오상은행을 압류하고 1년간 경영권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어도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신중한 입장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누적된 경기부양책으로 국유 기업과 지방 정부의 채무가 커져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