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의 희망이 무르익어도 췌장암은 여전히 환자 10명 중 1명만 5년 생존할 수 있다. 5년 생존율이 70%를 넘는 대장암이나 위암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 기술의 상용화가 절실하다.
17일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발생한 22만9180건의 암 중에서 췌장암은 6655건(2.9%)으로 9위를 차지했다. 5년 생존율은 약 11%로 암 가운데 가장 낮다. 이는 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하루 평균 약 1000명이 췌장암으로 사망한다. 췌장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고 초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려운 탓이다.
반면 진행 속도는 다른 소화기암보다 빨라 췌장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6개월에 불과하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로 치료해야 완치율이 가장 높지만, 수술 가능한 경우는 환자 5명 중 1명꼴에 그친다. 심지어 예방법도 확립되지 않아 위험요인을 일상생활에서 피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만이 최선이다. 현재까지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췌장암 진단법은 복부 CT검사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가 췌장암 정복의 역사를 쓸 가능성이 열렸다. JW홀딩스가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다중 바이오마커 진단키트’ 원천기술에 대해 유럽 특허청(EPO)의 특허 등록 결정 승인을 얻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 위주로 최종 특허 취득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W홀딩스의 원천기술은 췌장암 초기와 말기 환자에게 각각 발현되는 물질을 동시에 활용해 암의 진행 단계별 검사가 가능한 혁신 진단 플랫폼이다. 연세대학교 백융기 교수팀이 개발했으며, 2017년 기술이전을 받았다. JW홀딩스는 지난해 6월 일본, 올해 5월 중국 특허를 획득했으며, 미국에도 특허 출원했다.
지금까지 췌장암 말기 환자에서 주로 반응하는 암 특이적 항원 ‘CA19-9’를 검사하는 방법은 있었지만, 초기 환자에서 나타나는 ‘CFB(보체인자B)’로 췌장암을 진단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세계에서 JW홀딩스가 유일하다. 현재 자회사 JW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CFB를 포함하는 다중 바이오마커 측정 키트와 진단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 시제품 성능 평가 임상을 진행한 후 탐색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췌장암 조기 발견에 대한 높은 미충족 수요를 증명하듯 JW홀딩스의 주가는 전날 상한가로 직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8월 JW중외제약이 글로벌 제약사 레오파마에 4억200만 달러(약 4500억 원) 규모로 아토피 피부염 혁신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을 성공했을 때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췌장암 치료 및 진단 관련 시장이 2015년 17억3000만 달러(약 2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13% 성장해 2020년 31억87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