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자회사의 자금 320억여 원을 빼돌려 21년 동안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붙잡힌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3남 정한근(54) 씨의 재판이 11년 만에 시작됐다. 검찰 측은 정 씨에 대한 추가 기소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정 씨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피고인이 1998년 6월에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혐의를 추가로 기소할 것이다”며 “동아시아가스(EAGC)가 러시아 회사에 지분 27.5%를 취득했는데 이 사건 공소 사실에는 20%만 포함돼 있어서 이후에 나머지 7.5% 매각한 부분에 대해 병합 기소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범 일부가 정 씨 몰래 금액을 횡령하거나 편취한 게 있다”며 “이 부분은 해당 금액만큼 감액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씨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에 진행한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의 자회사 EAGC의 자금 약 323억 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렸다. 그는 해당 혐의로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그해 7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소재 파악이 어려워 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정 씨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2008년 9월 재산국외도피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그러나 검찰은 정 씨가 출국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해외로 밀항해 공소시효 정지 제도를 적용할 수 없게 되자 불가피하게 기소했다.
정 씨는 국세 253억 원을 체납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