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색 없는 공유주방, 결국 도태될 것”
국내 공유주방의 성장은 배달 앱 시장의 성장, 벤처 투자 활성화, 정부의 공유경제 육성 기조 등이 맞물린 결과다.
◇공유주방, 국내서 성장 전망 밝은 이유 =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시장 거래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약 3조 원으로 6년 새 약 10배가량 성장했다. 배달 앱 시장이 커지면서 입점 수요가 높아지고, 그 여파로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배달ㆍ식당형 공유주방 업체들이 배달 매출 비중을 높게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 만든 공유주방 업체 시티스토리지시스템(CSS)은 국내 토종 공유주방 심플키친을 인수했다. CSS는 서울 강남에 공유주방 ‘클라우드키친’ 1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4개 지점을 낸 심플키친을 8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본이 토종 기업을 인수한 데 관해 우려보다 기대감을 더 내비치고 있다. 이재석 먼슬리키친 본부장은 “공유주방 4개 지점을 100억 원 가까이에 인수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공유주방 시장 전망을 굉장히 밝게 평가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위쿡의 운영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위쿡의 잠재 시장 규모를 1조 원으로 추산한다. F&B 신규 창업자, F&B 기존 창업자, F&B 스타트업을 포함한 규모가 180만 명이고 이 중 5%가 위쿡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평균 멤버십 비용 100만 원을 쓴다면 1년에 1조 원의 매출이 잡힌다는 논리다. 현재 국내 공유 주방 시장 규모를 최소 1조 원으로 보는 이유다.
◇공실 생기는 공유주방 나와…경쟁 포화의 결과 =공유주방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아질수록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경쟁 심화’다. CSS의 한국 진출에 더해 종합외식전문기업 놀부도 2~3개의 배달 전문 브랜드로만 구성된 배달형 공유주방을 선보였다. 놀부는 이달 중으로 60개 점이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달 플랫폼도 공유 주방에 뛰어든다. 배달 대행 플랫폼 컴바인넷과 단체 음식 주문 플랫폼 스타트업인 푸딩이 그 예다. 두 업체 모두 올해 4월 공유주방 브랜드를 론칭했다.
새로운 공유주방 업체들이 빠르게 생겨나는 속에서 차별화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은 오픈더테이블 대표는 “공유주방도 다른 스타트업 분야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특색 없이 경쟁에 뛰어든다면 사라지는 공유주방 업체들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도 “한동안 공유주방 업체들의 춘추전국 시대가 되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공실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 도태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유주방에 입점한 음식점들의 음식을 배달하는 한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전체 물류에서 공유주방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증가 속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우버이츠 등에 더해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 대행 플랫폼들도 배달형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배달하는데 업체 수에 비해 잘되는 곳은 소수”라며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배달 앱에서 후기가 많고, 추천 수가 많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곳이 많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 문턱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성공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한국에서 외식업 창업이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 과잉’”이라며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2.5, 미국에 비해 1.5배가량 외식 사업이 공급 과잉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외식업 창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는 이어 “공유주장에서 테스트를 한 뒤 독자적인 식당을 내려면 상권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외식업 창업을 진지하게 하려면 2년 정도는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