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프엔지와 라카이코리아가 리퓨어유니맥스를 인수한지 2달여 만에 지분 대부분을 최소 6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아치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사업을 철회하고 주요 주주의 지분매도 소식이 공시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퓨어유니맥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5.64%를 보유한 라카이코리아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60%였던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지분이 사실상 공중분해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신사업 추진 발표와 철회를 발표해 주가가 두 배 넘게 급등했다가 폭락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거래 주체들의 손해는 없다. 회사를 매각한 한컴MDS 등은 매각대금을 챙겼고 인수자들도 지분을 시장에 내다팔아 수십억 원의 수익을 남겼다. 결국 신사업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 셈이다.
5월 리퓨어유니맥스의 최대주주였던 한컴MDS 등은 미래에프엔지와 라카이코리아 등에게 지분 60%를 318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계약에 따라 미래에프엔지(27.65%), 라카이코리아(18.50%), 엘케이투자1호조합(7.40%), 케이머스(4.96%) 등이 지분을 나눠 매수했다.
하지만 미래에프엔지와 라카이코리아는 인수 직후인 6ㆍ7월 대부분 장내매도해 6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래에프엔지는 149억여 원을 들여 인수한 주식 543만 주 중 533만 주를 171억 원에 팔아치웠다. 평균 판매가는 3208원으로 매입가 대비 16% 비싸다. 남은 주식은 10만 주로 전일 종가 기준 2억 원 수준이다.
라카이코리아도 약 100억 원에 인수한 주식 363만여 주를 6월부터 내다 팔기 시작해 이달 16일까지 총 252만 주를 108억 원에 팔았다. 평균 판매가는 매입가보다 약 50% 높은 주당 4172원이다. 남은 주식 110만여 주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28억 원이다. 엘케이투자1호조합은 145만 주를 넘겨받자마자 조합을 해산했고, 케이머스는 지분 변동 공시의무가 없어 지분 매각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라카이코리아와 미래에프엔지의 지분 매각 시점은 지분 신사업 추진 철회 발표 직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1ㆍ2대 주주가 지분을 대부분 처분한 것을 두고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신사업이 무산된 것을 알고 지분을 처분했다면 미공개정보 이용에 해당하고 미리 계획적으로 팔아치웠다면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리퓨어유니맥스는 셀트리온의 관계사와 함께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가가 급등했다. 리퓨어생명과학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회사는 비상장사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동생인 서정옥 전 셀트리온ST 대표가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컴유니맥스였던 사명도 이 회사와 유사하게 변경했다. 지분 인수 이후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리퓨어생명과학 임원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11일 리퓨어생명과학과 신규사업 추진전략과 방법에 대한 의견차이로 인해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1ㆍ2대 주주의 지분 매도 사실이 공시되며 낙폭이 확대했다. 유상증자 철회 소식과 주요 주주 지분 매도 소식이 후 이 회사 주식은 2000원 대로 하락했다. 신사업 기대감이 유입돼 고점을 경신한 5월 7460원과 비교하면 30%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프엔지는 지분 매도가 반대매매 탓이라고 공시했다. 인수자금 140억 원을 골드산업대부에서 빌리면서 인수한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주가하락으로 매도거래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매매 조항이 특이하다. 반대매매가가 인수가격보다 76% 높은 4840원이다. 경영권을 통째로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고액으로 설정됐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