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예비당첨자 5배 늘렸더니…'줍줍' 열풍 사라졌다

입력 2019-07-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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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위 청약’ 이달 5건에 그쳐…제도 도입 5개월 만에 '유명무실'

▲지난 3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 단지는 무순위 청약(사후 접수)에서 213.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분양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의 ‘줍줍'(줍고 또 줍는다의 약어) 열풍이 사라질 분위기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예비당첨자 비율이 공급 물량의 5배수로 확대되면서 사실상 인기 분양 단지의 미분양·미계약 물량을 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분양 단지는 힐스테이트 광교산(사전 접수), 광안리슈빌(사전 접수), 시온캐슬(사후 접수), 성남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사후 접수), 성남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사후 접수) 5건으로 집계됐다. 6월에는 디에이치 포레센트(사후 접수) 단 한 곳만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무순위 청약은 지난 2월 1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신청분부터 적용됐다. 사전 접수와 사후 접수로 구분해 진행했는데, 특히 집을 소유한 유주택자들도 청약할 수 있어 다주택자나 자금력이 충분한 현금 부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러다 보니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일반 청약경쟁률보다 높은 경우가 종종 나타났다. 청약통장 보유 여부, 주택 소유 여부를 따지지 않는 무순위 청약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앞서 부동산정보 서비스 ‘직방’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청약제도 변경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전국에서 20개 민간 분양단지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3개 단지를 제외하고 모두 본 청약경쟁률보다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에 일반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의 일반분양 평균 경쟁률은 31.08대 1이었지만, 무순위 청약(사후 접수) 평균 경쟁률은 213.69대 1을 기록했다. 4월에 일반분양한 경기 구리시 ‘한양수자인 구리역’ 아파트도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10.53대 1로 낮았지만, 무순위 청약(사후 접수)은 191.19대 1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현금 부자’만 웃게 했던 무순위 청약도 제도 도입 5개월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줍줍’ 현상을 근절하고자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예비당첨자 비율을 전체 공급 물량의 80%에서 500%로 확대한 영향이다.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로 건설사들도 미계약·미분양 리스크를 낮출 수 있게 돼 무순위 청약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길음 롯데캐슬 클라시아’ 무순위 청약 사전접수를 했다. 이때 평균 경쟁률이 32.64대 1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달 분양한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는 무순위 청약 사전 접수를 하지 않았다. 예비당첨자 비율이 5배수로 확대된 만큼 무순위 청약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이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의 일반분양 물량은 1195가구(특별공급 68가구 제외)다. 예비당첨자는 1195가구의 5배 수인 5975명까지 확보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예비당첨자를 적용한 이후에도 미계약 물량이 나오면 무순위 청약(사후접수)을 할 계획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인기 분양 단지는 당연히 예비당첨자 500% 내에서 물량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며 “반면 비인기 단지는 본 청약접수 건이 많지 않아서 무순위 청약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용어설명>

※무순위 청약이란=분양아파트를 대상으로 미계약·미분양에 대비해 사전에 청약 접수를 받는 것을 말한다. 1인 1청약으로 중복 청약만 무효로 할 뿐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사전과 사후로 나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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