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노량진은 혼자 사는 청년들이 많은 곳이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청년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일명 ‘공시생’이다. 월세와 학원비가 매달 들어가다 보니 공시생들은 먹거리 비용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노량진에 위치한 식당들은 가격이 싼 게 장점이지만, 요즘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위생 상태나 세련된 분위기를 갖춘 곳은 드물다. 기자가 찾은 ‘텐카이치’는 노량진에서 보기 드문 일본 라멘을 파는 가게다. 이곳에서 흔치 않은 깔끔한 인테리어로 공시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깔끔한 게 장점이지만, 조용한 혼밥은 '글쎄?'
밥을 혼자 먹는 혼밥족들은 당연하게도 대화 상대가 없다. 때문에 다른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텐카이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는 혼밥족도 많이 찾지만, 2~3인이 무리를 지어 찾는 가게다. 학원 수업을 마친 혈기왕성한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손님들이라 에너지가 많고, 목소리도 크다. 특히, 내부가 다른 곳보다 소리가 울리는 데다, 노래도 크게 흘러나와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세련되고 깔끔한 실내는 큰 매력이다. 노량진은 건물이 오래된 만큼, 식당도 낡은 느낌이 대부분이다. 다른 지역에는 흔한 분위기도 노량진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텐카이치는 문을 연 지 3년 밖에 안 되어 내부가 정갈하다.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조명과 실내 장식도 갖췄다.
텐카이치를 방문한 손님들은 "위생 상태가 만족스러워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라고 입을 모았다. 공시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위종미(26) 씨는 “노량진은 음식 가격은 저렴한데 젓가락에 음식물이 묻어 있거나, 테이블ㆍ의자가 잘 정리되지 않은 곳이 많다"라면서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운영해서 그런지 위생 상태를 보면 요즘 손님들의 니즈(욕구)를 잘 아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 충분한 6000원짜리 라멘…부족하다면 '점보'를
텐카이치는 1인 1메뉴를 시키면 밥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젊은 공시생들이 배불리 먹도록 신경 썼다. 기자가 주문한 돈코츠라멘은 밥과도 잘 어울렸다. 국물에서 사골을 우린 맛이 난다. 면을 다 먹은 뒤 밥을 시켜 말아 먹으면 ‘국밥’으로 변신한다.
가격은 6000원. 부담이 없다. 양이 더 많은 ‘점보’는 8000원인데, 성인 남자라도 보통이면 충분해 보인다. 라멘 말고도 카레, 연어 덮밥도 파는데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일주일에 7번 넘게 이곳을 찾는다는 이주형(29) 씨는 “사실 노량진에는 제대로 된 일식집을 찾기 어렵다”면서 “이곳은 라멘은 물론 밥 요리도 맛있고 가격이 싸서 공시생이 자주 찾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일본 맥주 판매 안 해요"
최근 불 붙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라멘집에게 다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 때문일까. 가게 주인은 '일본 맥주는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큼지막이 붙여놨다.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까봐 신경 쓰는 눈치였다. 일본 맥주를 뽑는 기계는 한동안 가동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손님들 역시 행여나 손가락질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 손님은 "요즘 분위기를 본다면 조금 걸리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맛있는 것 먹으면서 공부하고 싶은 게 공시생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혼밥족을 위한 '팁'
음악 소리와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식사를 방해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듣고, 볼 수 있도록 이어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주변을 돌아보니 몇몇 손님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밥을 먹고 있었다.
가게는 넓지 않지만, 회전율이 높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점심시간 동안 줄이 서 있지도 않았다. 대로변에 있지 않아서 찾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간이 입에 맞지 않으면 직원에게 말하면 된다. 짜면 국물을 더 부어준다. 반대로 간이 약하면 테이블에 소금과 간장도 준비되어 있으니 적당히 가감하면 된다.
◆총평
맛 ★★★★☆
양 ★★★★☆
분위기 ★★☆
눈치력 ★★★★
가게 위치 ★★★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