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양대 라이벌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실적 간극이 다시 벌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2분기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LG생활건강에 밀리기 시작해 격차가 벌어지다가 올해 1분기부터 격차를 좁혔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다시 LG생활건강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난 1조 5689억 원, 영업이익은 35.2% 떨어진 1104억 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인 48%나 줄었다.
이로써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 격차는 2636억 원, 영업이익은 1911억 원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서는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리고 LG생활건강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갈 길이 바쁜 셈이다.
◇상반기 출시 신제품 마케팅 강화=아모레퍼시픽은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출시한 신제품의 마케팅에 집중하는 한편 아시아,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경배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혁신상품 개발’, ‘고객경험 향상’, ‘디지털의 변화’라는 3가지 중점 추진과제를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강화할 계획이다.
혁신상품의 경우 상반기에 국내외에 새로 내놓은 아이오페 집중 안티에이징 ‘스템Ⅲ 앰플’, 설화수 윤조에센스의 ‘스타 컬렉션’, 라네즈 ‘워터뱅크 에센스’ , 마몽드 '레드에너지리커버리세럼' 등의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설화수, 라네즈 등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들의 체험을 늘리기 위해 힘쓴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혁신 상품 출시와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새로운 고객 ‘팬덤’(특정 분야나 사람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들 것이고, 특히 아시아와 북미 등 글로벌 핵심 시장에 새 브랜드를 내놓아 진정한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의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몽드’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오프라인 매장을 신규 론칭했고 ‘프리메라’는 중국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첫선을 보인다. ‘이니스프리’는 캐나다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에뛰드’ 역시 베트남 진출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분기 실적 악화는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부진 탓=2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이 악화된 원인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와 아이오페, 라네즈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끄는 주요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에 따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4% 성장한 1조 3931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40%나 하락한 878억 원에 그쳤다.
럭셔리 브랜드는 면세 채널 판매 확대로 화장품 사업의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고,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온라인 매출에서 성과를 냈다. 반면 자사 브랜드를 판매하던 편집숍 ‘아리따움’이 타사 브랜드까지 판매하는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줄었다. 다만, 려, 미쟝센, 해피바스 등 생활용품의 경우 려의 대표제품 ‘자양윤모’의 판매 호조로 브랜드 매출이 견고한 성장을 보였다. 회사 측은 “마케팅 투자 확대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은 매출이 2% 늘어난 8919억 원,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736억 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국내 사업과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졌다. 매출의 경우 7% 늘어난 5121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6%나 떨어진 201억 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브랜드 및 채널 다변화를 위한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시아, 북미, 유럽에 이미 진출한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며 “라네즈의 경우 유럽 18개국 800여 개 세포라 매장에 입점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반응이 괜찮다. 라네즈를 기반으로 세포라 등 해외 매장에 브랜드 추가 입점을 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로드숍의 위기를 대변하듯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실적 악화도 이어졌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보다 8% 줄어든 1476억 원, 영업이익은 29% 떨어진 192억 원에 그쳤다. 에뛰드는 매출액이 45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나 떨어지며 적자를 지속했다. 다만 회사 측은 “로드숍과 면세 채널의 매출 감소로 적자를 봤으나 적자 폭은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 외 계열사인 에스쁘아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15% 늘어난 123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에스트라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369억 원, 영업이익은 103% 성장한 48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에스쁘아와 에스트라는 멀티브랜드숍 입점 확대로 매출이 성장했다”며 “에스쁘아의 경우 매출 증가와 직영점 축소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