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평균 수명이 꾸준히 연장되면서 노인성 질환 극복을 향한 열망도 점점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유병률이 빠르게 늘면서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이 요구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3년 8만2명에서 2017년 10만716명으로 25.9% 급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620만 명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60세 이상 인구 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있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점 줄어들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경직, 운동 느려짐, 자세 불안정성, 안정 떨림 등이 있다. 특히 갑자기 경직이 일어났을 때 주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대처가 불가능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증상완화제는 레보도파다. 레보도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파킨슨병 치료제로 시판된 최초의 약물로,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돼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질환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사용 시 이상운동증(LID)이 발생한다. 환자 절반은 아침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아침무동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운동을 일으키는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과정이 또 다른 이상운동증을 불러온다는 치명적인 한계점은 레보도파를 대체할 근본적인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글로벌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57억 달러(6조7300억 원)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부광약품이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레보도파로 인한 이상운동증과 아침무동증 치료제를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를 통해 개발 중이다.
레보도파로 인한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은 임상 1상과 전기 2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 레보도파 자체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이상운동증 증상을 개선했으며 특별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아 개발 성공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개시할 예정이다. 아침무동증 치료제인 ‘JM-012’는 전임상 단계다.
병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치료제는 영국 던디대학의 신약개발유닛(DDU)과 연구 협업(리서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개발 중이다. 파킨슨병의 원인인 뇌의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이유로 지목되는 가장 유력한 요인은 뇌의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변형되고 축적되는 것이다. 이런 질환의 원인인 특정 단백질을 타깃으로 제거하는 기술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DDU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 GSK 및 다케다와 협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체 내 포로테아좀 유비퀴틴 시스템(UPS)을 이용한 타깃 단백질 제거 기술은 현재 가장 새로운 연구 분야”라며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항암제 등에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해 길리어드와 에자이 등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이 일제히 뛰어들만큼 유망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