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OO데이’ 상표 출원만 38개...위메프ㆍ11번가 등과 상표권 분쟁

(티몬 제공)

티몬이 타임커머스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OO데이’ 관련 38개의 상표를 출원하며 타임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의 상호와 기존 행사명과 유사성으로 인한 분쟁의 불씨마저 불거진 상황이다. 쿠팡이 협력사들과 잇달아 송사에 휘말린 데 이어 티몬까지 상표권 분쟁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무한 경쟁을 향해 치닫고 있다.

◇ ‘소셜커머스’에서 ‘타임커머스’로 전환 꾀한다=7일 특허청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달 총 38개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중 ‘7일데이’와 ‘10일데이’, ‘20일데이’, ‘30일데이’ 등 날짜를 의미하는 상표가 32개며, ‘티몬타임커머스’, ‘간식타임’, ‘뷰티타임’ 등이 6개다. 티몬 측은 타임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한 상표 선점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티몬은 국내 유일의 타임커머스를 표방하고 있다. 과거 소셜커머스의 대표 이미지에서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타임마케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과거 이재후 대표 시절만 해도 ‘국내 대표 모바일 커머스’로 자칭했던 티몬은 6월 신임 이진원 대표 취임 이후 ‘국내 대표 타임커머스’로 회사 소개를 바꿨다. 또한 최근 ‘OO데이’ 상표 출원 역시 모두 새 대표 취임 이후 이뤄졌다.

여기에 ‘OO데이’ 역시 계속 추가되고 있다. 매달 1일 진행하는 ‘퍼스트데이’에 이어 매달 2일에는 ‘리워드데이’를 연다. ‘사은품데이(매달 4일)’, ‘디지털데이(매달 10일), 리빙데이(매달 21일) 등 현재 진행 중인 ‘OO데이’도 10여 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5일데이’를 론칭했다. 여기에 ‘10분어택’과 ‘타임어택’, ‘1212타임’, ‘모닝타임’ 등 시간대별 행사도 10여 개다.

타임커머스 전환 후 성과도 눈에 띈다. 티몬은 1일 진행한 ‘퍼스트데이’ 매출이 전년 동일 대비 119% 증가했고 구매 고객 수는 82.7% 치솟았다. 일 매출 1000만 원 이상인 파트너도 99% 증가해 고객과 파트너 지표가 동반성장했다.

최근 MD(상품기획자)에게 높은 급여와 성과 체계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타임커머스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타임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행사가 펼쳐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MD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티몬은 최근 MD 신입사원을 수시채용으로 변경하고, 초봉을 4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3000만 원 초반에 불과한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위메프는 올해 4월 10일 ‘디지털데이’를 특허청이 상표 출원했다.(특허청)

◇ 행사명 충돌에 따른 불협화음…상표권 분쟁 조짐=티몬이 타임커머스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행사명 선점에 나서면서 이에 따른 잡음도 나오고 있다.

4월 위메프는 티몬이 진행한 ‘디지털데이’ 행사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을 통해 위메프는 “티몬이 위메프의 등록상표 ‘위메프 디지털데이’ 및 출원상표 ‘디지털데이’를 보유한 사실을 알고도 영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해당 명칭을 사용했다”며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해 사용을 중단하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위메프는 몇 해 전부터 ‘디지털데이’ 행사를 진행해오면서 2017년 ‘위메프 디지털데이’를 상표 출원했고, 지난해 7월에는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티몬이 자사 행사에 ‘디지털데이’ 명칭을 사용하자 경고에 나선 것. 결국 4월 10일 위메프는 ‘디지털데이’ 상표권을 출원했고, 이에 맞서 티몬은 같은 달 22일 ‘티몬 디지털데이’를 출원하며 맞불을 놨다. 두 상표 모두 아직 등록 전이다.

최근에는 11번가와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번가는 2008년 출범 당시부터 매해 11월 11일에 자사의 가장 큰 쇼핑 이벤트인 ‘십일절’을 진행해왔다. 올해 2월부터는 매달 11일에 진행하는 행사로 바꿨다. 11이라는 숫자는 기업명에도 반영된 만큼 11번가가 마케팅 효과를 위해 가장 공들이는 단어다. 올 3월 11번가는 쌍용자동차의 신형 코란도를 11대 한정으로 팔았고, 행사 때마다 11개 브랜드, 11개 상품을 포함시켜왔다.

▲티몬은 올해 7월 30일 특허청에 ‘11일데이’ 상표권을 출원했다.(특허청)

11번가는 지난 1월 ‘11번가 11데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는데, 문제는 지난달 티몬 역시 이와 유사한 ‘11일데이’ 상표권을 출원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상표권 모두 아직 특허청에 등록되지 못했다.

티몬 관계자는 “우리의 상표 출원은 타 기업이 배타적으로 쓰지 말라는 의도는 아니다”면서 “상표권 문제가 생겼을 때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특허청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11일 날짜는 상호가 연계되기 때문에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 상표권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생길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