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재점화로 국제 유가가 추락하면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방 압력이 강해진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의 발행 금액은 공모 5065억 원, 사모 794억 원으로 총 5859억 원이다.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의 경우 공모 4568억 원, 사모 416억 원으로 총 4984억 원 규모가 발행됐다.
최근까지 원유 DLS에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연 5~1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데다 조기 상환율도 높아서다. 실제 최근 한 달간 상환된 원유 DLS 36개 중 28개가 조기상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환 금액도 190억7603만 원에 달했다.
자금도 몰렸다. 연초부터 기준일인 7일까지 WT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공모 DLS의 발행 금액은 1조2074억 원에 달했다. 시중에 발행된 DLS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는 1조313억 원 규모로 발행됐다.
DLS는 신용·실물 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특정 범위(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 내에서 해당 자산의 가격이 움직일 때 약정된 수익을 얻는다. 특히 변동성이 큰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 원금 보장형인 경우가 많다. 원유 DLS의 경우 녹인 배리어가 진입 당시 유가의 40~55% 정도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수익률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배럴당 전 거래일 대비 2.54달러(-4.73%) 내린 51.09달러, 브렌트유는 2.71달러(-4.60%) 내린 56.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하방 리스크가 큰 만큼 신중한 투자를 조언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 원인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진 하방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반기 유가 전망은 45~63달러로 예상한다”며 “원유 DLS의 녹인 수준을 파악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에는 미중 분쟁으로 인한 불안감이 이미 반영된 상태로 추정한다”며 “대부분의 DLS 상품의 경우 60달러 대에서는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