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입맛대로 수출규제, 커지는 불확실성

입력 2019-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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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3대 수출규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이같이 확인했다. 이 품목은 삼성전자가 경기도 화성캠퍼스 S3 파운드리 공정투입을 위해 수입을 신청한 물량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허가는 규제를 단행한 지 34일 만이다. 일본 정부는 7월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개별수출허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이들 물량의 한국 반입은 전혀 없었다.

일본은 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배제하고 7일 공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에서 추가로 개별허가 대상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기존 3개 외에 다른 품목의 경우, 당장은 일본의 ‘특별 일반포괄허가’ 제도를 활용해 종전처럼 3년 단위 포괄허가 적용을 받아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 더 이상의 강경한 조치를 미루면서, 우리 정부도 맞대응하기 위해 ‘전략물자수출입 고시’의 개정으로 일본을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방안의 실행을 보류했다.

업계는 일단 생산 차질의 최악 사태를 피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공격의 고삐를 늦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수출규제 품목을 추가 지정하지 않았고, 일부 반도체 소재 수출이 허가됐지만, 상황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규제 대상인 1100여 개 품목에 대해 자의적으로 언제든지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고 수출심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숨통을 누를 칼자루를 쥐고 있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업계는 언제 어떤 품목이 제재 대상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오히려 더 커진 불확실성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등은 긴장을 조금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의 모호성으로 다른 산업도 소재·부품의 대체 공급선 확보 등 향후 대책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속한 해결 전망도 어둡다. 정부는 일본 측에 수출규제의 철회와 원상회복만 요구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외교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된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지금 양국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국면에서 그런 기대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대책이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업계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한국 산업의 급소를 겨냥한 일본의 공격에 허겁지겁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세제 및 금융 지원과 규제완화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당장 산업 피해가 코앞에 닥쳤는데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과제들도 아니다. 결국 한·일 양국 정부가 나서 어떻게든 문제를 풀지 않으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경제만 멍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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