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살수차로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해 현장 지휘와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9일 구 전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집회시위 관련해서 안전 총괄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과 시위대의 부상 발생을 예상할 수 있었고 상황실에서 무전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센터 내에서 폐쇄(CC)TV 영상, 언론 방송 등을 보면 현장지휘관인 신윤균이 감독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할 것이 아니고 적절하게 자신의 지휘권을 발휘해 과잉살수 실태에 관해 구체적으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서울경찰청 신모 총경과 살수요원 최모 경장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각 벌금 1000만 원,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한모 경장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백남기 농민을 향해 직사 살수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1심은 현장 지휘관이 일반적인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하기 때문에 구 전 청장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 원, 살수 요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