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먹거리, 입을 거리는 물론 여가생활마저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안 먹고, 안 가고, 안 사는’ 것을 넘어 소비패턴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바뀌는 사태가 곳곳에서 목격될 정도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본산’ 또는 ‘일본 브랜드’에서 출발했다면 최근에는 일본이 투자한 기업, 한일 합작기업을 넘어 일본에서 생산한 원재료를 사용한 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일본 불매 운동 제품을 공개하는 ‘NONO재팬’ 사이트를 통해 일본 불매 운동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 수 국내 기업이 유통하는 브랜드가 포함되며 초유의 매출 감소 사태를 겪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일본 불매운동도 한층 깐깐해지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유니클로 매출은 40%,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전달 대비 45%나 급감했다.
일본 제품 매출 하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맥주다. 아사히는 수년간 국내 맥주 수입량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브랜드지만 편의점에 재고가 쌓이며 가맹점주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삿포로와 에비스를 수입하는 엠즈베버리지는 매출이 90% 가까이 감소하면서 직원 무급휴가를 결정했다.
소비자들로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은 이제 기업 경영까지 영향력이 확대됐다.
글로벌 청과기업 스미후루코리아는 일본 기업 스미토모가 보유했던 지분을 100%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손튼벤처스리미티드(TVL)가 전량 인수하면서 일본기업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국내산 쌀만 사용함에도 불구 일본산 미강추출물을 0.1%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 대상에 거론되자 이를 국내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우유는 일본 치즈 브랜드 QBB와 계약을 파기하고 수입 유통을 중단키로 했다.
일본기업과 선 긋기도 한창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전국 9700여개 점포에 미국 본사와 계약관계임을 밝혔고 쿠팡도 소프트뱅크로 투자받았지만 한국에서 설립된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아베 총리를 두둔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공분을 사 온라인 상에서 한국콜마가 제조사인 제품을 발본색원한 리스트까지 등장했다. 한국콜마가 OEM 생산한 업체에까지 불똥이 튈 우려가 커지자 윤 회장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잘못된 행동에 피해를 입은 고객사, 소비자, 국민께 거듭 사죄드린다”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 불매운동 확산의 조기 차단에 나섰다.
유통업계는 불매운동이 갈수록 거세짐에 따라 일본 제품을 매대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원료를 일본산에서 국산으로 변경하는 등 소비자들 반응에 공감하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원료가 일본산인 기업들은 불매운동이 장기화되자 이런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반면 불매운동 확산으로 소외됐던 토종 브랜드가 주목받고 광복절 애국 마케팅이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