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선 유통바이오부 기자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숱하게 들었던 질문이다. “없다”라고 답하면 주문하던 음료를 취소하고 되돌아가는 손님이 종종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와이파이를 찾고 콘센트가 설치된 좌석이 어디 있는지 묻는데, 그 흔한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왜 설치하지 않는 건지 카페 사장님한테 물었다. “우리는 원래 그렇다”며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2014년 ‘커피빈’ 이야기다. 커피빈은 이런 정책을 2017년까지 이어갔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격차가 벌어진 건 공교롭게도 이 지점이다. 커피빈이 ‘NO 와이파이·NO 콘센트’ 정책을 고수할 때 스타벅스는 2010년 전후로 매장 내 전기 콘센트와 무료 와이파이를 확대했다. 커피숍에 장시간 앉아 있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코피스(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를 수용했는지 여부가 소비자들의 브랜드 이용에 영향을 줬고 그 뒤로 브랜드 매출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커피빈은 스타벅스와의 격차를 실감하고 2017년 이후 그제서야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설치했다. 이미 소비자들은 스타벅스로 옮겨 간 뒤였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 1조5523억 원을 기록하며 커피전문점 업계 1위를 지켰고, 커피빈은 매출 1666억 원에 그쳐 4위로 밀렸다. 한번 떠나간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기란 그만큼 어렵다.
변화에 둔감했던 업계의 흥과 망이 굵직하게 느껴진다. 그 시절 잘나가던 커피숍 브랜드의 침체, 화장품 로드숍의 폐점, 대형마트의 적자가 바로 그렇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 이커머스의 가격 경쟁력, 배달 시장 확대 등으로 대형마트의 부진은 예고된 일이었다.
대형마트는 이제서야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하지만 커피빈이 순식간에 스타벅스와 격차가 벌어진 것처럼 유통채널의 중심은 이미 이커머스로 옮겨갔고, 대형마트 업계는 적자를 기록했다. 예고에 둔감하고 변화에 느리게 반응한 결과다. 유통업계의 흥망은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