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 산업부 부장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비관적 심리가 팽배한 한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무엇보다 성장에 필요한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2분기 민간부문 투자가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투자(총고정자본형성·0.4%포인트)에서 민간의 기여도가 -0.5%포인트를 기록, 5분기째 마이너스였다. 특히 제조업 설비투자는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은 더 답답하다. 서민들은 집값 걱정, 부자들은 세금 폭탄을 불만스러워하고 청년들은 취업 걱정, 은퇴를 앞둔 장년들은 노후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게 우리 현실 아닌가.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일컫는다.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생활을 힘들게 한다. 우울증은 자살 위험이 높은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시간만 흐른다고 우울증에 걸린 한국 경제가 좋아질 리 없다는 얘기다. 답은 간단하다. 적절한 처방과 치료뿐이다.
원인부터 찾아보자.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재정으로 메우려고 하는 하수를 쓴 탓이 커 보인다. 기업가 정신은 후퇴할 수밖에 없고, 국민의 경제 심리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체도 모호하고 해법도 불분명한 ‘소득주도 성장’을 근거로 반(反)기업적·시장적 정책을 쓰다 보니 다 같이 힘들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정부는 현실 파악을 못하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화이트리스트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지금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이겨내 경제활력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성장률 조정에 대해서는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외부 요인도 크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무역분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7.5%(2017년)나 된다. 수입의존도도 31.3%에 달한다. 지나치게 높은 무역의존도는 번번이 한국 경제를 난국에 몰아넣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나 미중 무역분쟁 등에서 한국 경제는 바람 앞에 촛불 신세였다. 답도 마땅치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가장 큰 현안은 과연 규제대상 품목의 범위가 어느 정도이고, 한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지나친 친노동 정책도 문제로 꼽힌다. 경제 비관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총생산(GDP)이 0.27∼0.44% 감소할 것으로 봤다. 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피치는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보다 0.2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학한림원은 “향후 한국 제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대외 여건의 호전을 기다릴 게 아니라 주력산업의 구조 고도화 및 신성장산업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 여건 조성과 규제개혁, 기술개발 등 대내 정책적인 대응력을 제고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먹구름만 잔뜩 낀 폭우 직전의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주역 소과괘(小過卦)에 나오는 말이다. 저성장기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쓸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정신을 못 차리면 한여름 소나기처럼 한국 경제의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