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란 제재 여파로 은행 초과지급준비금이 2조6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란계 은행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한국은행과의 거래를 위한 당좌예금에 예치한 때문이다. 이 당좌계정은 지준금으로 잡힌다. 제재 시작 초기라는 점에서 이 은행 초과지준 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해 10월 7846억890만원이었다. 당시에도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여파와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우려감으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초과지준을 쌓았기 때문이다.
지급준비제도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량 예금인출 등 비상상황을 대비해 지급준비율이라는 일정비율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재형저축은 0%, 정기예금 및 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는 2%, 기타예금은 7%의 지준율이 적용된다. 초과 지준금에 대한 이자는 없다. 지준금을 많이 쌓는다는 것은 은행들이 그만큼 남는 자금에 대해 운용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실상 그만큼의 손실을 감수했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보면 일반은행은 2조6148억5860만원을, 산업은행과 농협 등 특수은행은 9억6510만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초과지준액도 있지만 대부분 멜라트은행 자금이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석유수입은 물론 무역거래가 완전히 막히면서 멜라트은행은 모든 거래를 할 수 없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며 “제재가 6월 중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음번 지준일의 초과지준액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7년 10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이행을 불인증했으며, 지난해 5월8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전 미국이 이란에 시행했던 제재가 원상복귀 됐다. 작년 8월6일엔 90일 유예를 인정받았던 자동차·소프트웨어 등 제재가 시작됐고, 올 4월22일에는 한국 등 8개국이 받았던 이란산 석유 제재 유예조치가 일괄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