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토지공사 입사…현 정부 출범 후 LH 조직개편 이끌어
“부사장 임기 동안 LH의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한다는 마음가짐과 소명의식을 갖겠습니다. 정부와 국민이 기대하는 바가 클 겁입니다. LH가 단순히 규모만 큰 기업이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달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사장으로 임명된 장옥선 LH 부사장의 취임 일성은 간결했다. LH의 성장과 조직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한 마디로 각오를 다졌다. LH의 57년 역사상 첫 여성 부사장의 행보가 시작된 순간이다.
LH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1만 명에 가까운 직원과 LH가 참여하는 정부 정책 사업을 통솔하려면 리더십은 필수다. 변창흠 LH 사장에 이어 조직 내 두 번째 서열에 여성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장옥선<사진>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 부사장은 지난 1988년 한국토지공사로 입사했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입사한 이른바 ‘1기 신도시 입사세대’의 선배격이다. 한국토지공사 출신이 부사장에 앉은 것은 2016~2017년 송태호 전 부사장 이후 2년 만이다. 장 부사장 직전에 업무를 수행했던 유대진 전 부사장은 대한주택공사 출신이었다.
LH는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1962년 설립)와 한국토지공사(1975년 설립)가 통합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장 부사장의 부사장 임용은 LH 조직 내 유리천장을 깬 첫 사례다. 현재 LH 내 2급 이상 부장은 총 874명, 이 가운데 여성은 38명뿐이다.
장 부사장은 지난해 첫 여성 임원(상임이사)으로 선임된 이후 1년 만에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명예를 안았다. 적극적인 업무 추진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사장은 입사 후 주거복지처 주택매입부장(2011년), 주거복지처장(2013년), 도시계획처장(2014년), 산업단지처장(2016년), 경영관리실장(2017년) 등을 역임했다.
도시계획처장 때는 공공 민간 공동택지개발사업 설명 안내 자료를 기획해 사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선 후 LH가 조직 개편을 단행했을 때 장 부사장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당시 LH는 도시재생뉴딜 정책과 관련해 기존의 ‘행복주택본부’를 ‘도시재생본부’로 개편했다. 연간 100개씩 5년간 총 500개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정부 공약에 맞춰 조직을 재구성한 것이다.
장 부사장은 부사장직과 함께 기획재무본부장도 겸해 앞으로 LH의 안살림을 도맡는다.
현재 기획재무본부는 3실(기획조정실, 경영관리실, 사업계획실), 2처(재무처, 판매보상기획처)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조직에 연결돼 있는 부서만 17개다. 재무기획단, 윤리경영추진단, 성과관리단, 보상기획단도 이 조직에 속해 있다.
기획조정실은 예산, 재무진단·기획, 기금출자 등 정부 예산 협의 업무를 담당한다. 경영관리실은 이사회 운영, 조직·정원 관리 등을 맡고, 재무처는 자금계획, 지출 및 운용,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을 책임진다.
올해 기획재무본부의 업무 추진 목표는 공적 역할 강화와 경영 내실화다.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대외 대응체계 강화, 신규 택지 확보 추진, 적극적인 공급 관리 등을 주요 업무 과제로 설정했다. 경영 내실화를 위해서는 사업관리 내실화, 안정적 자금 운용 및 세무환경 대처 등을 과제로 삼았다.
장 부사장은 LH 여성 최초 부사장으로 선임된 것을 내세우기 보다 업무에 집중하려고 한다. 조직 구성원들을 위하는 자세를 갖겠다는 각오도 늘 강조한다.
장 부사장은 작년 상임이사에 선임됐을 때 “함께 일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항상 봉사하는 마음과 창의적인 혁신 정신으로 조직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 취임한 변창흠 LH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도시 문제점을 보완하고, LH가 지역 균형 발전 선도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H는 현 정부의 주거정책 추진의 실질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변 사장의 전문성과 장 부사장의 실무 경험이 빛을 발휘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