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의식 전환과 현장 의사소통 창구 개선 필요"
건설 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건설업계도 현장 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보다 현장에서의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4일 강원도 속초에서 서희건설이 짓고 있는 서희 스타힐스 더베이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공사용 승강기 추락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현대건설이 공사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의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지하 수로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노동자 2명과 위험을 알리러 뒤따라간 현대건설 직원 1명 등 3명이 사망했다. 1주일 전에는 대우건설이 광명에서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공사현장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485명에 달한다. 2017년 506명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2015년(437명)과 2016년(499명)과는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건설업 추락사고 방지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현장 점검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현장간담회를 열고 건설분야 추락 재해를 추방해 적어도 100명 이상 사고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현장에서 사고 발생시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대책을 지난 달 내놓고 7월 이후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사망사고 다발주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이 검증된 일체형 작업 발판(시스템 비계)의 현장 사용 등을 늘리기 위해 소규모 민간공사는 설치비에 대한 금융 지원 및 보증·공제료 할인 등의 혜택도 주고 있다.
건설사들 역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체 안전체험학교를 열어 근로자들 대상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관리·감독을 늘리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건설현장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와 국토부 등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사 책임자와 근로자가 스스로 안전보건 수칙을 준수하고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얘기다.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안전불감증’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승현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현장에 가보면 안전시설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설치·해체하는 과정에서 규정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설 노동자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현장소장이나 관리자과 바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형식적인 선에서 그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