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건강한 덕후들을 통해 해당 산업을 조망하는 코너입니다. 덕질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더불어 ‘덕후’의 삶도 전하겠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덕후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밀리터리 유튜브 활동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밀리터리 시장에 긍정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장 바라는 것은 국내 밀리터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완화됐으면 하는 거죠."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병휘 씨)
이번 '덕후의 경제'의 아이템은 남자들의 로망인 밀리터리다. 그야말로 '인기남', 혹은 '부러운 사람'으로 통하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만났다.
밀리터리 유튜브 활동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노멀슈트 이병휘(27) 씨, 원단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밀리터리 관련 제품을 수집한다는 이상원(38) 씨,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즐겨하며 SNS에서 아이디 '로닌'으로 활동 중인 엄상현(25)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왜 밀리터리 마니아가 되었는지, 또 밀리터리가 가지는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밀덕을 넘어 에어소프트건 사업 구상 중…"현실 동떨어진 규제 아쉬워요"
이병휘 씨는 밀리터리에 관심 있는 남자들이라면 길에서도 알아볼 정도로, 이 바닥에서는 유명인이다.
13일 기자가 이병휘 씨와 인터뷰를 진행한 카페에서도 이 씨를 알아보며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최근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길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선물을 보내는 팬도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면, 아직은 신기한 게 사실이죠."
이병휘 씨가 본격적으로 밀리터리 유튜버가 된 것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취업준비생 시절이었던 2016년.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장난감 총 하나가 인생을 흔들었다. 당시 그는 'K2 세미전동건' 한 정을 구매했고, 이를 과녁에 사격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전에 올린 탱크(전차) 프라모델 조립 영상은 조회 수가 100~200건에 그쳤지만, K2 세미전동건 영상은 큰 호응을 불러왔다. 해당 영상은 수천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얼마 뒤 에어소프트건 리뷰 영상을 올리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수만에서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유튜브 닉네임인 '노멀슈트'도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노멀슈트'란 닉네임은 평범한 남자의 취미생활을 담는다는 뜻에서 이렇게 짓게 됐다. 늦깎이 취미생활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열심히 다양한 장난감 총을 모으기 시작했고, 3년간 모은 총만 100정이 넘는다. 이렇게 소모된 돈만 2000만 원이 넘는다고.
이병휘 씨는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이 월 200만 원 수준이 나온다. 현재 친구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문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2명의 수익이라고 하기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이제 취미를 넘어 자체 브랜드로 에어소프트건 제작 및 판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업 구상은 에어소프트건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국내 제조사가 없고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현실에서 시작했다.
"미수입된 해외 에어소프트건을 국내서 구매하려면 총포검사도 받아야 하고, 해외배송비에 관세까지 비용도 비싸지죠. 하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만든 에어소프트건이 있다면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됩니다. 결국 일본이나 대만, 중국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텐데, 그게 제일 아쉬워요."
그렇다면 왜 이병휘 씨의 주장대로 국내 수요는 많은데 제조업체는 왜 생기지 않는 걸까. 그는 국내의 규제가 관련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소프트건에 대한 법 규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요. 장난감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준경의 단속이나, 문구점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BB탄 총보다 낮아야 하는 탄속은 에어소프트건을 이용한 게임을 즐기지 말라는 것과도 마찬가지죠. 에어소프트건 게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안전한 공간에서 안전 장비까지 모두 착용하고 즐기지만, 탄속이 지나치게 규제되면서 몰래 숨어서 게임을 즐겨야 하거든요. 이런 규제가 현실화되어야만 국내에서 관련 기업들도 생기고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밀리터리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 에어소프트건 제조 브랜드를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유튜브 활동이 그런 사업의 기반이 될 것이라 믿어요"라며 "우리가 처음 밀리터리 개인방송을 시작했을 땐, 우리를 포함해 3곳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젠 밀리터리 방송이 10곳이 넘게 있거든요. 함께 방송하는 분들도 모두 위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방송,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 밀고 갔으면 좋겠어요. 더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돼야 밀리터리 방송도 산업도 성장하지 않겠어요"라고 덧붙였다.
◇30대에 빠진 밀리터리 굿즈 수집…"가장 비싼 총은 200만 원대"
이상원 씨는 원단 회사에 다니면서 밀리터리 관련 굿즈를 모으는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이런 취미 생활은 늦은 나이에 시작됐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기자가 만난 이상원 씨는 밀리터리 취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미소부터 지었다.
"30대 초반이던 2012년부터 시간 날 때마다 밀리터리 관련 굿즈를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쉽게 이런 걸 재밌게 가지고 놀았으면 지금 이런 취미를 가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가 기자에게 보여준 권총은 '이노카츠 P226' 모델. 이상원 씨는 "미국 특수부대 데브그루나 우리나라 해군 특수전전단(UDT)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모델의 모형이에요. 신형의 경우 200만 원 수준에 거래되죠. 저는 중고로 반값 수준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상원 씨가 이렇게 수집한 밀리터리 굿즈만 해도 권총 2정, 돌격소총 1정, 각종 군인 프라모델과 군장, 배지, 잡지, 티셔츠, 관련 서적 등 다양하다. 급기야 그는 집안에 장식장을 별도로 마련해 밀리터리 굿즈만을 모아 전시했다.
"제가 술을 안 먹어요. 친구들이 술값으로 쓴 돈을 저는 밀리터리 굿즈를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들인 비용에 후회는 없어요. 다만 일상생활이랑 균형을 맞춰서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죠. 지나치게 취미생활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밀리터리 굿즈 수집가답게 그만의 욕심도 있었다. 이상원 씨는 "제가 UDT 청해부대 코스프레를 해 보는 게 목표에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정밀하게 묘사하고 싶어서 최근 이쪽에 초점을 두고 수집하고 있어요"라며 "방탄복(플레이트 캐리어), 소총, 권총은 이미 UDT 청해부대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모델을 가지고 있죠. 헬멧은 진품을 알아봤더니 150만~160만 원 수준이더라고요. 헬멧은 레플리카(복제품)로 구매하더라도 최대한 우리나라 UDT 부대의 군장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밀리터리 굿즈 수집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사실 밖에선 제가 밀리터리 덕후라는 걸 드러내지 않았어요. 하루는 집에서 밀리터리 복장<사진>을 한 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우연히 그 모습을 보고는 짠해하더라고요. 당시는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30대 후반이 이런 복장으로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으니 안 그렇겠어요"라며 웃었다.
이상원 씨는 자신이 수집한 밀리터리 굿즈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색다른 경험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실제 미군들에게서도 연락이 왔어요. '네가 입은 군장을 구하고 싶은데 어디서 구할 수 있나?'라고 물어와서 '내가 착용한 건 다 레플리카'라고 설명을 해줬죠. 우리나라 특수부대에서도 연락 온 적이 있어요. 권총에 달린 라이트를 보고 어디서 구매를 했느냐고 하더라고요. 당시 그쪽에서는 권총에 달린 라이트를 수입하려고 했는데 통관에 걸렸다고 해서 전 이건 실물이 아니라 이미테이션이라고 했더니 그제야 이해하더라고요."
이상원 씨는 밀리터리 굿즈 수집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구매한 밀리터리 굿즈를 착용한 채 주말에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면서 소파에서 위스키 한 잔을 걸치면서 볼 때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특전사 아들은 밀리터리 코스플레이어…"참여한 행사만 해도"
기자가 만난 로닌 엄상현 씨는 열정 넘치는 20대 청년이다. 밀리터리 코스프레라는 취미생활을 통해 남들에게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다.
엄 씨가 밀리터리 코스프레에 빠진 계기는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특전사 출신이세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아버지의 주변 모습을 봐 온 것이 밀리터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어요."
그가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한 채 참여한 행사만 해도 다양하다. 올 들어서만 '3·1절 하이퍼옵스 행사',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 2019' '월드디제이페스티벌 2019'(WDF 2019),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2019', '오타디움 2019', '신촌 워터 건 페스티벌 2019', '8·15 하이퍼옵스 행사' 등. 다양한 밀리터리 관련 행사와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해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선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특수부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는 그는 코스프레를 통해 갈증을 풀었다.
엄상현 씨가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위해 구매한 제품만 해도 에어소프트건, 헬멧, 방탄복, 야간투시경 등 다양하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SSG마트에서 근무를 하면서 월급의 30%가량을 밀리터리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고, 직장을 그만둔 현재는 실업급여 중 일부를 밀리터리 관련 장비 구매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이퍼옵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엄상현 씨는 "이곳의 제품을 찾아보고 구매하는 것을 즐겨요"라면서도 "해외직구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밀리터리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튀는 걸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더 즐긴 것 같아요"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취미에 더 빠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엄상현 씨는 주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더 힘을 얻는다고도 했다. 그는 "주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밀리터리 관련 제품을 선물해주기도 해요"라며 "제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칭찬을 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나만의 특별한 개성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가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통해 즐기는 것은 새롭게 맺어가는 인간관계다. "각종 뮤직 페스티벌이나 밀리터리 관련 행사에 코스프레를 한 채 방문하면,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고 편견 없이 놀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좋아요."
엄상현 씨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밀리터리 코스프레 활동을 계기로 유튜브 활동도 하고 싶어요"라며 "앞으로 새로운 직장 생활도 계획 중인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취미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