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억류, 이란 유조선 45일 만에 출항...영국 유조선 석방되나

▲18일 지브롤터 당국으로부터 출항 허가를 받은 ‘아드리안 다르야 1호’에 이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영국 자치령 지브롤터 당국에 나포됐던 그레이스 1호가 이날 오후 11시께 ‘아드리안 다르야 1호’로 명칭을 바꾸고 지브롤터 해협을 빠져나갔다. 나포된 지 45일 만이다. 이 유조선에는 이란 국기도 내걸렸다.

하미드 바에이디네자드 주영 이란대사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유조선이 45일 만에 지브롤터를 떠나 국제수역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출항 사실을 알렸다.

선박정보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아드리안 다르야 1호가 지브롤터를 떠나면서 위성추적장치를 꺼 선박의 목적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WSJ는 선박이 모로코 수역으로 항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출항 전, 미국 법무부는 이란 유조선과 유조선에 실린 210만 배럴의 원유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브롤터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유조선 출항을 허가했다.

지브롤터 행정청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따르는 지브롤터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브롤터 정부는 지난주 이미 해당 선박의 석방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으로부터 선박에 실린 석유가 시리아로 향하지 않는다는 확증을 받았다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시리아로 원유를 불법 반출하는데 이 유조선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브롤터 경찰과 세관 당국은 지난달 4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지브롤터 남쪽 4㎞ 해상에서 전장 330ｍ 크기의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 유조선은 유럽연합(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이란산 원유를 실은 뒤 시리아로 향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WSJ은 아드리안 다리야 1호의 출항으로 이란이 지난달 페르시아만에서 나포한 영국 국적의 유조선 석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는 지난달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다가 ‘불법 항해’를 이유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한편, 이란 선박의 출항으로 국제수역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WSJ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