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원금손실 사태가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이 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도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DLS를 판매한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DLS는 금리나 환율, 국제유가, 금 시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이들의 가격변동이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수익률로 만기에 지급한다.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것은 독일·영국·미국 등의 채권금리를 기초로 한 DLS의 펀드(DLF)다. 금감원 집계 결과, 해외금리와 연계된 DLS 및 DLF 판매잔액은 7일 기준 8224억 원이다. 우리은행이 4012억 원, KEB하나은행 3876억 원, KB국민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 336억 원이다. 이 중 90% 가까이가 자산가나 노후자금을 굴리기 위한 은퇴자들 개인에게 판매됐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하나은행은 미국 국채 5년물과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 금리를 기초로 하는 DLF를 올해 3∼5월에 팔았다. 당장 우리은행 상품이 문제다. 이 상품은 6개월 뒤 만기일에 독일 국채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3∼5% 수익률을 보장하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을 잃는 구조다. 만기는 다음 달부터 돌아온다. 그런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폭락해 16일 -0.684%까지 떨어졌다. 원금의 전액 손실까지 예상되는데, 이 상품의 판매규모만 1266억 원이다. 미·영 금리와 연동된 하나은행 상품도 만기는 더 남아 있지만 역시 손실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원금 평가손만 50%를 넘는다.
파생상품 투자는 철저히 투자자들 책임 아래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상품을 팔면서 손실가능성을 고객들에 제대로 알렸는지 의문이다. 설명을 했더라도 손실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수익만 부풀렸다면 명백한 불완전판매다.
무엇보다 이들 상품 설계와 판매 시점을 납득하기 힘들다. 올해 초 0.24%였던 독일 국채금리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서 3월 말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익구조의 문제도 크다. 높은 금리에서의 최대 수익률은 5%에 불과한데,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원금을 100% 까먹는다. 금리 하락 시기에 무리한 상품을 만들어 판 것이다. 기업은행이 올 들어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판매를 중단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원금손실 리스크로 금리연계 상품을 팔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아무리 예상외의 금리하락으로 인한 사태라 해도 합리화되기 어려운 이유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등 위법행위 여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품 설계와 판매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철저히 규명되고, 엄정한 책임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