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클럽'. 바로 고가 아파트의 기준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전에도 10억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는 많았지만, 대체로 전용 100㎡가 넘는 대형 아파트의 거래 가격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장 작은 면적이 전용 131㎡부터 시작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런 아파트가 10억 원이 넘게 거래될 당시에는 '10억 클럽'이라는 표현은 없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강남을 중심으로 59~84㎡ 중소형 아파트가 10억 원을 넘어서자 ‘10억 클럽’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이후 ‘10억 클럽’이라는 이름은 최근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속속 등장하며 아파트와 지역의 등급을 나타내주는 새로운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10억 원 이상의 실거래가로 거래된 아파트 단지는 총 1026개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83%가 넘는 856개 단지가 서울에 있는 데, 이는 5년 전인 376개 단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강남 3구 아니어도 중소형 10억대 속속 등장
지난해 '10억 클럽'에 가입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는 강서구 마곡동입니다. 지난해 2월 이곳의 대장주라고 불리는 마곡힐스테이트의 전용 84㎡가 처음으로 10억 원을 돌파하며 마곡 '10억 클럽'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어 마곡동에 1~15단지의 초대형 규모 단지로 자리 잡아 마곡을 상징하는 단지가 된 마곡 엠벨리 전용 84㎡도 같은해 6월 10억 원에 진입하면서 '10억 클럽'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공항철도 개통과 LG사이언스 파크 입주 등의 호재가 적극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죠.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동구 고덕동도 지난해에 가입한 '10억 클럽' 새내기입니다. 고덕하면 떠오르는 단지인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일명 ‘고래힐’은 2018년 1월에 전용 84㎡가 정확히 10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를 따라 인근 단지인 고덕아이파크 역시 다음 달인 2월, 전용 84㎡가 1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사실 지속해서 이어져 온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이제 '10억 클럽' 단지는 서울 안에서 그리 찾기 어려운 아파트도 아니게 됐습니다.
◇강북에서도 흔해진 ‘10억 클럽’
강북 신축아파트 중 최초로 '10억 클럽'에 가입한 아파트는 경희궁 자이였습니다. 2014년 분양 당시 7억 원대의 분양가가 책정된 이 아파트는, 2016년 10월에 이미 분양권 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했었죠.
‘강북 대장주’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을 만큼, 강북 고가아파트를 상징하는 아파트이기도 합니다. 경희궁 자이는 지난달에는 전용 84㎡ 단지가 15억 원에 거래될 만큼 ‘10억 클럽’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매매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경희궁 자이의 10억 돌파 이후 강북에서도 '10억 클럽' 아파트와 지역은 그리 드물지 않게 됐습니다. 지난해와 올해를 전후해 동작구 흑석동, 광진구 광장동과 자양동, 마포구 공덕동과 아현동, 성동구 성수동과 옥수동, 영등포구 신길동과 당산동 등 강북의 웬만한 알짜 지역에서도 심심치 않게 '10억 클럽' 입성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10억 클럽 하차?…전문가들 "일시적 현상"
올해 초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이른바 ‘10억 클럽 하차’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이어진 집값 억제 일변도 정책의 영향입니다.
앞서 언급된 마곡동도 마곡힐스테이트와 마곡엠벨리 모두 올해 1분기 전용 84㎡ 이하가 9억 원대에서 거래되고, 같은 기간 강동구 고덕동 역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가 9억8000만 원 안팎으로 거래되는 등, 10억 원대의 중소형 시세가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다소 접어듦에 따라, 이들 단지 모두 현재는 중소형 아파트 10억 원대 가격을 모두 회복했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분과 주택 수요자들의 서울 선호 현상 등을 감안하면, 서울 내 '10억 클럽'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