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피부를 위해 ...오늘밤엔 맥주 대신 맥주팩"
“없어서 못 팔 지경으로 인기가 높아졌는데 급격히 생산을 늘릴 수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25일 마스크팩, 앰플 등 기초화장품 전문기업 얼트루 본사에서 만난 소성현 대표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는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져서 정신도 없고 납품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회사가 생산하는 앰플 제품인 ‘릴랙싱 앰플’이 뷰티전문 방송에서 2019년 최고제품으로 선정되면서 방송 후 3일만에 재고가 바닥났다는 것.
소 대표는 “긴급주문을 넣는 등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대표는 해당 제품이 특별한 광고없이도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로 ‘품질’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끈적한 농도가 품질 수준으로 인식되는 앰플 제품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얼트루 제품은 점도를 높이는 점증제가 안 들어있어 오히려 묽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전문가들의 시험결과 점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보습력 등이 좋았던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얼트루는 이번 기회가 회사의 주력 상품군을 늘릴 수 있는 계기로 여기고 있다. 2015년 세워진 회사는 그간 ‘젤리 마스크팩’을 대표 상품으로 삼아 성장해 왔다. 얼트루 제품은 잘 마르지 않는다는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고 2000만 장이 넘는 마스크팩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2016년에는 유명 미용만화 작가인 ‘된다’가 자신의 만화를 통해 ‘최고의 마스크팩’으로 소개하면서 판매량이 100배 넘게 치솟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소 대표의 회사 경영 전략은 ‘역발상’과 ‘가성비’로 요약된다. 얼트루 마스크팩이나 앰플의 포장상자에는 담배연기나 잔에 담긴 맥주 사진이 인쇄돼 있다. 언뜻 기초화장품보다는 술이나 담배 신제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얼트루 제품의 대표 브랜드는 I’m sorry for my skin(아임 쏘리 포 마이 스킨). 술과 담배에 찌든 피부에게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담배연기나 맥주 이미지 때문에 광고를 하기가 어려운 핸디캡도 있다”면서도 “눈길을 끌기도 쉽고 유해성분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우리 제품의 철학에 대해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소 대표는 “계속 비슷한 콘셉트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이 싸고 성능은 뛰어난 점도 회사가 틈새 개척 비결이다. 가성비가 레드오션 중 레드오션인 마스크팩 시장에서 ‘마르지 않는 마스크 팩’이라는 입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됐다는 것. 회사가 꼽은 제품의 특징은 120시간을 공기중에 노출시켜도 팩이 마르지 않는 것. 보통 마스크팩 1장 당 20ml(밀리리터) 정도 쓰는 에센스를 33ml까지 증량한 것이 비결이다. 소 대표는 “회사 모든 제품이 가성비에 집중해 기획되고 제작된다”고 말했다.
공학도 출신에다 증권사와 투자전문금융사에서 근무하던 소 대표는 화장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심지어 업계에서 이른바 ‘엔젤투자의 귀재’로까지 명성을 얻었던 그가 사업에 손을 댄 것은 투자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더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카카오나 공유주방 위쿡으로 유명한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고피자 등의 투자처를 발굴하는 등 성과를 내던 시절, 이른바 ‘잘 나갈수록’ 기업경영 현실을 모르는게 불안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 대표는 “우연히 투자하던 화장품업체에서 브랜드 사업을 인수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했고 사업에 관심이 있던터라 무작정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얼트루의 목표는 우선 시장에서 인정받은 마스크팩과 앰플의 품질을 기반으로 에센스 등 기초화장품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이다.
소 대표는 “마스크팩에 사용되는 에센스나 앰플용액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군을 구축하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의 2배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