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한준의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

입력 2019-08-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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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같은 스승, 박항서의 ‘짜타이 리더십’

‘지도자 복이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이따금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독백이다. ‘잘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갖고 있는데’라는 아쉬움과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라는 안타까움도 함께할 때가 잦다. 우리는 히딩크란 인물이 고만고만한 선수들을 분발시켜 위대한 인물로 만드는 과정을 목격했다. 기적 같은 히딩크 리더십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다.

축구 전문기자로 10년 넘게 일해온 한준의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에는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낸 리더 박항서의 힘’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박항서 리더십의 실체를 파고든 책이다.

저자는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즐비한 데다 이제 막 성장 중인 개발도상국,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변방에 위치한 베트남을 이끌고 이전에 없던 성과를 낸 박항서 감독이 보여준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이었다”며 “강력한 카리스마 반대편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박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선 그동안 감독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책과 의구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지적이 오히려 장점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대 조직 관리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의 표본이 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리더십은 ‘짜타이 리더십’으로 불린다. 베트남 말로 ‘아버지(짜)’와 ‘스승(타이)’의 합성어다.

축구든 기업이든 나라든 리더십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고, 그들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로 그곳에 리더십의 진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박 감독의 리더십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왜냐하면 그는 ‘올드보이’의 눈부신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 50대와 60대에게도 박 감독의 성공 사례는 좋은 모델을 제시하는 데 손색이 없다.

책은 리더의 자기 확신, 팀 운영, 이기는 전략 그리고 성공과 미래 4개 장으로 구성된다. 소제목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괜찮다.

박항서 감독은 대기만성형이다. 모든 것이 빠름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시대에 묵묵히 자기 길을 개척해 온 인물이 지닌 독특함이 있다. 현역 시절 그는 스타 선수도 아니었고, 지도자 시절 스타 감독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확실한 내공을 쌓고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축적해 온 사람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다.

경남 통영 출신인 김호 감독이 그를 허정무 코치 밑에 막내 트레이너로 뽑은 적이 있는데, 산청 출신인 그가 감독에게 물었다. “저를 왜 뽑으셨어요?” 김호 감독이 들려준 말에 인간 박항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감독은 “박 선생은 운동장에서 봐도 부지런하고 남들보다 성실해서 뽑았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성실함을 통해 얻은 기회를 허투로 보내지 않고 열심히 관찰하고 자신이 깨우친 것을 자신의 것으로 차근차근 흡수한다. 이런 것들이 훗날 화려하게 꽃을 피운 곳이 베트남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선수와 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라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베트남의 모든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되, 축구를 교정하겠다’는 그의 마음과 태도가 선수들을 움직이게 된다.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를 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팀이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일부러 선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가 선수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저는 가끔 선수들의 볼에 뽀뽀를 합니다. 우리 아들한테보다 더 자주해요.” 책을 읽다 보면 축구든 가정이든 사업이든 운용원리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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