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27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WTO 농업 협상이 재개되면 보조금 감축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그걸 무난히 극복할 수 있는 게 공익형 직불제”라고 강조했다. 미국 요구대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상태로 농업 협상에 임하면, 현행 직불금 체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 중인 변동직불금(농산물 가격에 연동해 지급하는 보조금) 제도는 개도국 지위 덕분에 1조4900억 원 규모로 운용할 수 있지만, 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WTO에서 비(非) 개도국, 즉 선진국이 가격과 연동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과 무관하게 재배 면적에 비례해 보조금을 주는 공익형 직불제는 개도국 지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이 장관은 이어 “(농업) 보조금 감축 없이 농정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야당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속된 국회 공전으로 공익형 직불제 논의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그는 “정기국회에서 쌀 목표가격 결정과 직불제 개편을 예산과 연동해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목표가격 결정은 법적 사항이기 때문에 직불제 개편 늦어지면 먼저 처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장관은 장관 재임 중 아쉬웠던 점으론 채소 가격 하락을 들었다. 그는 “채소 산업 종합 대책을 마무리 못 지은 것이 아쉽다”며 “현실적 여건 때문에 초안도 욕심껏 반영을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장관은 채소 가격 안정제 운용을 강화하고 쌀 농가에 시행 중인 사전 면적 조절제를 채소 농가에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농협 개혁에 관해 이 장관은 "몇 번 농협 구조를 개편했는데 워낙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어서 구상했던 내용을 거의 관철해본 적 없다"며 "농업 수급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별 조직으로 바꿔나가는 건 복잡한 사안이라 상당한 사전 정지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