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버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신입으로 입사, 다양한 복리 후생도 한 몫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지방 근무와 여기서 오는 불안이었다. A씨가 근무했던 한국공항공사는 14개 지방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 있는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13개 공항은 ‘오지’에 가깝다. 지방 발령이 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가족이 있는 직원은 기러기 신세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공항공사를 박차고 나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향하는 새 일터는 인천이다. 작은아버지 뻘 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있는 곳이다. 심지어 경력까지 버리고 187대1(사무 직렬)의 경쟁률을 뚫고 새내기로 입사했다.
KAC의 특수한 근무 환경 탓이 크다. 김포를 뺀 13개 지방 공항으로 발령 나면 수년간 꼼짝없이 발이 묶여야 한다. “인생의 항로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게 다른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다.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교육 때문에 두 집 살림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직원들의 부담은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짠 연봉도 무시할 수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는 9047만 원(남성 9535만 원, 여성 7401만 원)이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평균 7385만 원(남성 7586만 원, 여성 5920만 원)으로 2000만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임금은 정체 또는 찔끔 오르는 데 반해 업무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는 상황도 이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정규직이 퇴직하면 공석으로 두거나 새롭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계약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업무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하반기에 대규모 채용을 계획하고 있어, KAC에서는 추가 인력 이탈을 걱정한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아직 위계질서에 따라 움직이고 상하 관계가 엄격하다”라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배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는 변하지 않은 문화와 가치관에 벽을 느끼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