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건강한 덕후들을 통해 해당 산업을 조망하는 코너입니다. 덕질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더불어 ‘덕후’의 삶도 전하겠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덕후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1세대 걸그룹 핑클이 1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와 캠핑에 나섰다. JTBC '캠핑클럽'에서는 이효리, 이진, 옥주현, 성유리 등 네 명의 멤버가 다시 모여 캠핑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전국 곳곳의 캠핑장을 찾아가 캠핑을 즐기는 한편, 그간 속에 담겼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큰 관심을 끌었다.
캠핑을 통해 영상으로 비친 멋진 풍경은 시청자에게 힐링을 선사했고, 핑클 멤버들의 솔직한 모습은 추억을 되살렸다.
이런 핑클의 모습은 핑클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다닌 캠핑장에도 관심이 쏠렸다. 급기야 그들이 다닌 캠핑 루트를 따라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도 생겼다.
사실 핑클의 '캠핑클럽'이 화제 되기 전에도 국내 캠핑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캠핑산업현황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캠핑산업 규모는 2017년 2조4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3.7%(5055억 원) 성장했다. 특히 캠핑이용자 1인당 연간 캠핑 장비 구입 비용이 41만1573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7.5% 증가했다.
국내 캠핑이용자의 1년 평균 캠핑 횟수는 3.0회였고, 1회 평균 캠핑 숙박 일수는 평균 1.67일이었다. 캠핑 이용자 1인당 연간 캠핑비용은 23만3418원에 달했다.
이처럼 꾸준히 성장하는 캠핑 산업의 이유는 무엇이며, 도대체 캠핑이 어떤 매력을 지닌 것인지 이번 '덕후의 경제'에서는 '캠핑 덕후' 김윤강(39)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싼 장비가 무슨 소용…진짜 캠퍼들은 필요하면 만들어 써요"
인테리어·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윤강 씨는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 캠핑을 비롯해 낚시, 보드 등 다채로운 취미생활로 여가를 보낸다.
"집에서 누워야 '편안하다'라며 잘 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가서 노는 걸로 '아 잘 쉬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후자에요. 뭔가 여가가 생기면 나가서 캠핑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보드를 타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곤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면 김윤강 씨가 캠핑에 취미를 가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는 중학교 때 RCY(청소년적십자)에서 하는 캠핑을 계기로 본격적인 캠핑에 취미를 들였다고 했다.
"RCY에서 한 캠핑을 접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백패킹을 하기 시작했어요. 젊은 만큼 짐이 무거워도 체력을 버티면서 캠핑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때는 경제력이 없고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다 보니 2~3달에 한 번꼴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백패킹을 하기 시작했어요."
캠핑은 크게 △큰 가방에 모든 장비를 넣고 여행을 다니는 '백패킹' △등산화만 준비돼 있다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산의 풍광을 즐기는 '트래킹' △자동차를 이용해 텐트와 취사도구를 싣고 원하는 장소에서 캠핑을 즐기는 '오토캠핑' △차량형 트레일러가 있는 캠핑장에서 즐기는 '카라반캠핑' △미리 텐트, 취사 장비를 갖춰둔 상태에서 캠핑을 즐기는 '글램핑' 등이 있다.
김윤강 씨는 "젊을 땐 체력이 있으니 백패킹으로 시작해서 결국엔 나이가 들다 보면 훨씬 몸이 편한 오토캠핑이나 글램핑 등으로 캠핑을 즐기는 방식이 많이 변하죠"라며 "저도 이젠 오토캠핑을 주로 즐기는 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보통 캠핑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
"사실 캠핑에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 어떻게 캠핑을 즐기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라고 생각해요. 백패킹을 하느냐, 트래킹을 하느냐, 오토캠핑을 하느냐, 글램핑을 하느냐에 따라 일단 비용이 크게 달라지겠죠. 장비 역시도 저가의 장비부터 고가의 장비까지, 그리고 얼만큼의 장비를 구매해서 챙기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거에요. 백패킹만 놓고 이야기하면 초보의 경우 경험만 하고 싶다고 해도 80만 원 수준이면 장비를 마련할 수 있을 거예요. 반면 고가는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도 하죠. 어떤 종류의 캠핑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비용에 있어서 너무 달라지다 보니 이야기하기 쉽지 않네요."
다만 그는 캠핑하면서 후회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다수가 고가의 장비를 쓰는 사람이라며 결국 '장비병'이 후회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캠핑을 즐기다가 금방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장비병'에 걸린 사람들이에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꾸 보여주기식으로 새로운 장비를 자꾸 사거든요. 그러다 보면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일본의 한 캠핑 장비 브랜드 '스○○○○'의 경우에는 텐트가 250만 원, 버너 하나에 10만 원이 넘고, 테이블은 30만 원이 넘어요. 그런데 일부에서 '캠핑은 스○○○○지'라며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죠. 비싸면 뭐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막상 캠핑은 나를 위한 건데 남의 시선이 무슨 소용이에요?"
캠핑 종류별로 중요한 장비는 무엇이 있을까. 김윤강 씨는 백패킹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침낭'을 꼽았다. "좋은 침낭만 있으면 사실 텐트가 없더라도 어디서든 1박을 보낼 수 있어요. 여기에 추가로 중요한 것을 꼽자면 복장, 음식, 텐트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 오토캠핑은 사람들에 따라 중요도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 오토캠핑을 즐긴다면 기본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 텐트, 테이블, 의자, 아이스박스, 매트, 침낭, 버너, 코펠, 랜턴 등이 있겠죠"라면서도 "반면 제가 선호하는 캠핑은 일명 '감성캠핑'이에요. 캠핑을 하다보면 매번 똑같이 와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술 먹고, 자고. '감성캠핑'은 여기에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져요. 놀거리라고도 볼 수 있는데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장식장에는 제 SNS에서 닉네임인 '노숙캠퍼'를 새긴 문패를 올려놓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올려놓죠. 전 이게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캠핑의 매력요? 나만의 아지트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거죠"
김윤강 씨는 캠핑의 어떤 매력에 빠졌을까.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미끄럼들 옆에 작은 집 모양이 있어서 여긴 '우리 아지트'라고 지정하면서 거기서 아늑함을 느끼고, 정착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되잖아요. 사람은 채집에 대한 본능, 수렵에 대한 본능, 어딘가로 나가서 자연과 가까이 있으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누군가는 그 돈이면 먹을 것 준비해서 가면 호텔이나 펜션으로 여행을 가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지만, 최소한의 보호막인 아지트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초대하고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담소도 나누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술집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랑 섞여서 담소를 나누는 것보단 산속에서 새소리가 지저귀고, 모닥불을 켜놓고 자연 속에서 나누면 훨씬 더 적막하고 좋잖아요."
그는 캠핑을 즐기면서 필요한 장비는 만들어서 쓰는 노하우도 생겼다고 했다.
"비싼 장비를 사서 캠핑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초보 캠핑족들이에요. 오히려 진짜 노련한 캠퍼들은 필요한 건 만들어 쓰기도 하죠. 저 역시 캠핑을 즐기면서 저만의 맞춤형 장비를 만들어 썼어요."
김윤강 씨가 캠핑하면서 만든 장비는 빈 이소가스통을 활용해 제작한 랜턴, 캠핑용 웨건을 개조한 이동식 테이블, 나만의 공간을 완성할 '노숙캠퍼' 문패 등 다양하다.
"이소가스통을 이용해 만든 랜턴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여기저기서 갖고 싶다고 판매하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결국 나를 위해 만든 장비가 일이 커져 버렸죠. 7월에 리버마켓에서 다양한 색상의 랜턴을 제작해 판매도 했어요. 어차피 수익을 거두려고 만든 게 아니었기에 원가 수준으로 판매했어요. 그런데 가장 기쁜 게 뭔지 아세요? 그 랜턴을 구매해서 가지고 가신 분들이 캠핑장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와요. 캠핑은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 품앗이하면서 나눌 수 있는 거요."
◇"캠핑에 대한 로망, 변질하는 모습은 아쉬워"
김윤강 씨는 캠핑 산업이 성장하는 데 대해 반기면서도 캠핑족이 늘면서 아쉬운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면서 캠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즐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캠핑이라는 게 힐링을 위한 건데, 오히려 캠핑을 집이 아닌 공기 좋은 곳에서 술 마시는 거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요"라며 "그러다 보니 캠핑장에서 자신의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에, 정도 없어지고, 도둑도 생기더라. 저도 도둑질을 당해서 6년 동안 캠핑을 안 하기도 했어요"라고 토로했다.
이어 "캠핑은 사람들과 하는 교류가 중요한 건데, 그 문화를 예전부터 즐겼던 사람들은 알아서 조심해요"라며 "최근에 캠핑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스박스에 가득 소주랑 맥주 등을 가져오더라고요. 사실 술 마시러 오는 게 캠핑이 아니거든요. 그런 모습은 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당부했다.
김윤강 씨는 그동안 캠핑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느꼈다면 바로 '이웃 간의 정'이라고 강조했다.
"캠핑을 통해서 '이웃 간의 정'을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살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각박하지만,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는 데 도움도 주고 필요한 장비도 나누고 하다 보면, 노동력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게 되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이웃 간의 정'을 크게 느낄 수 있어요. 우리가 캠핑을 통해서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을 배워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