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日 악재 속 '아세안 마켓' 노린다

입력 2019-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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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차승재(맨 왼쪽부터)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의 개·폐막작과 상영작, 주요 행사 등을 소개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sh@)
"지금까지 중국 시장이나 일본 시장에 의존도가 높았던 게 현실입니다. 한일간 정치적 국면이 경색되면서 순간적인 결정에 의해, 영화 산업 외적인 결정에 의해 눌러지는 경우가 있죠. 눈 여겨봐야 할 건 아세안 시장입니다."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간담회에서 차승재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은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이 불거진 지금 아시아필름마켓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차 위원장은 "인도네시아도 인구가 많고 경제적 대국이다. 베트남도 그렇다.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도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라며 "아세안이라는 정치적 공동체, 권역 공동체를 주목하게 된 건 우리와 정치적 갈등을 빚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드라마를 보면 수준이 상당히 높다"라며 "수출 시장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콘텐츠 교류 차원에서도 국내에서 소개하는 게 저희 마켓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봐야 할 때"라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행사에서 아시아필름마켓을 독립시킬 것이란 포부를 내논 바 있다. 올해는 국고 교부금 인수가 8개월 정도 늦어지면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올해는 독립하지 않지만,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하되 독립운영위원회로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엔 토탈 마켓으로서 법인 독립을 반드시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85개국 303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이 중 장편 영화는 97편이다. 개막작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두나무'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다. 2016년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뉴 커런츠 부문에서 넷팩상을 받은 임대형 감독의 신작 '윤희에게'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내년에는 '95개국 125편의 장편 월드 프리미어 초청'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마감하다 보면, 지휘하는 입장으로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올해는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초청작 수가 적다. 내년에는 아프리카에서 7~8개국 영화를 초청하고, 파프아뉴기니 같은 데서 영화를 초청해 95개국을 달성하고 싶은 바람이다"라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게가 비교적 '메이저 영화제'인 만큼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영화 선정 위원 개개인의 인생관, 도덕관, 정치관과 연관됐다고 봐야 하는데 그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가 전반적으로 많진 않다"라며 "서구의 영화제들하고 국내 영화제와 아주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이저 영화제에서 그런 기능을 부분적으로 수행해주지 않으면, 영화제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소 편향적 관점이 드러나고, 가부장적 사고로 인한 남녀 차별적인 프로그램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런 부분도 개선하고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 영화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전 집행위원장은 "세계 영화 흐름은 작년 기점으로 바뀌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 애플까지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에 뛰어들고 있다"라며 "할리우드와 한국처럼 멀티플렉스 망을 가진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반대 환경에 놓인 유럽에서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의 활성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보수적이면 미래에 대해 현명한 대처가 아니다"라며 "내부 검토 단계지만, 베니스 영화제의 제한된 경우처럼 예술 영화를 많이 제작하고 배급하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협업 관계를 맺어 멀티플렉스로 배급되지 않는 아시아 영화들을 영화제 기간부터 보여주고, 배급하고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라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 센텀시티 등 6개 극장 37개 스크린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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