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벌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서 비롯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오너일가를 위해 작동하는 기업 내 감사조직이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회계 현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연사로 나선 김준철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는 ‘감사위원회 역할, 왜 중요한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부실한 기업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 △자본시장 감시 기능 미작동을 꼽았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회계 투명성 순위에서 지난해 한국은 조사대상 63개국 중 62위의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올해는 63개국 중 61위로 한 계단 오르는 데 그쳤다.
김 부대표는 “외부감사법을 바꾸고 1년간 노력한 것에 비해, 이에 대한 평가는 상응해서 올라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은 자회사 지분을 100% 홀딩스(지주회사)가 보유하는 반면, 우리는 재벌 구조”라며 “지배구조 문화가 최하위급으로 평가받는 등의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상근하는 감사조직이 독립성을 갖추고 감사위원회나 외부감사인과 빈번히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기업의 내부 감사부서가 감사위 산하에서 객관적으로 봐야 되는데 현재는 회장과 사장을 위한 조직이란 생각이 든다”며 “그나마 세팅조차 안 된 곳이 상장사의 50%라는 통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공회가 제정한 감사위 모범규준은 감사위가 분기 1회 이상 경영진의 참여 없이 외부감사인과 만나 감사관련 주요사항을 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감사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김 부대표는 “감사위가 사외이사로 구성돼 외부에 있는데, 이사회에 참석하더라도 회사의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상근하는 감사조직을 회사 안에 두고 감사위를 서포트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감사위와 외부감사인이 1년에 4번 만나는 것으로는 (부족한) 문제가 있다고 현장에서 담당자들이 느끼고 있다”며 “상근조직을 통해 감사위와 외부감사인 간 회의를 늘려야 하고, 연간 목표를 정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내부 감사조직의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회장과 사장의 눈치를 안 보며 감사위를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내부감사를 3~5년간 하다가 다른 부서로 돌아가는데, 승진 등이 문제되지 않도록 인사권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