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메이·프레디맥, 구제금융 상환·흑자 전환 등 리스크 크게 줄어…트럼프 정부, 민영화 추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모기지 시장에서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다시 민간의 손으로 돌려주려 한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이끄는 미국 재무부는 일반적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추천을 피한다. 그러나 재무부는 지난주 미국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재무부와 주택도시개발부가 지난 5일 주택금융 시스템 개혁을 위한 약 50개에 달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두 기관 민영화 계획도 포함된 것이다.
권고안은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재무부는 “다른 연방 규제당국과 협력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보다 건전한 재무 상태로 두는 방법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정리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축소하고 민간 부문 경쟁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모기지 시장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며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앞으로도 10~20년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이 상황을 고쳐야 할 의무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직접 대출을 하지는 않지만 은행들로부터 모기지를 구매해 이를 패키지로 만들어 증권화한 다음 다른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모기지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증권은 두 기관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두 업체는 방만한 운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무너져 혼란이 극대화할 것을 우려한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사상 최대인 약 1900억 달러(약 22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놓았다.
주택시장 회복과 미국 경제 전반의 건실한 성장 속에 두 업체는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 양사는 흑자전환에 성공해 지난 2012년부터 이익을 정부에 넘겼는데 그 규모가 총 3000억 달러 이상이어서 이미 공적자금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방만했던 포트폴리오도 축소하고 있다. 주택버블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양사의 모기지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포트폴리오는 각각 8000억 달러 이상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양사는 자사 포트폴리오를 지난해 말까지 각각 2500억 달러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했는데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이에 양사를 구제금융 체제에서 완전히 졸업시켜 모기지 시장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는 개혁을 시작할 시기가 무르익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년 만에 자신의 대선 공약 중 하나를 실현하고자 나설 수 있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재무부가 제시한 내용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구제금융 졸업을 향한 첫 걸음에 불과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또 개혁안이 공개된 다음 날인 6일 증시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미국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패니메이 주가는 8.8%, 프레디맥은 8.2% 각각 급락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민영화 계획에 구체적인 일정표 등 세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
여전히 민영화 기대는 매우 높은 상태다. 지난주 하락에도 패니메이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약 156%, 프레디맥은 142% 각각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