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까지 전망…항공ㆍ해운ㆍ정유업계 긴장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2곳의 가동중단으로 유가가 수십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하자, 유류비에 민감한 관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으며, 브렌트유는 약 3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업계전문가들은 사태 장기화, 군사적 충돌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하루 최대폭 급등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10분 기준 배럴당 13.05%(7.86달러) 상승한 68.08달러에 거래됐다. 로이터통신은 1990~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장중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는 시설복구로 인한 생산차질이 향후 6주간 이어지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에너지 헤지펀드인 '어게인 캐피털'은 군사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사태가 격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의 생산 중단 사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관련 업계는 초긴장상태다.
우선 항공기, 선박 운영을 위해 영업비용 중 상당부분을 유류비로 사용하는 항공·해운업계는 유가 상승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한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소비량은 3300만배럴 수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약 3300만달러(약 392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올리며 유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곧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요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외에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관리를 위해 통계적 수치와 시장상황을 감안한 파생상품 등을 통한 헷지, 금리스왑 등을 시행 중이다.
매출의 10% 이상을 유류비로 사용하는 해운업계도 유류비 상승이 부담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유류비로 7386억 원을 썼다. 올 상반기에는 3702억 원이 유류비에 투입됐으며 이는 매출의 약 14%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정유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련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당장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세계 경기 침체된 상황에서 유가 급등이 제품가격 상승까지 이어져 정제마진이 개선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가 상승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유가 변동성 확대와 원유 수급처 확보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석유화학업계는 이번 아람코의 설비 잠정 중단이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며 시황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가동이 중단된 시설의 석유화학 설비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에틸렌의 경우 10.4%, 프로필렌은 5.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으로 사우디 내 메탄·에탄·프로판 등 석유화학 원재료인 가스 또한 아람코 공급의 50%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역내 석유화학 제품 공급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수요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공급 부문의 차질에 따른 수혜를 입고 실적 반등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 미국은 심각한 원유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최대 60일동안 3000만 배럴까지 방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