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브랜드인지 몰랐다"…더 싼 가격에 호응 높아
일본 불매운동에 희비가 교차하는 기업이 있다. 유니클로와 지유(GU)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FRL Korea)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 이후 4개 매장이 폐점하고 5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매장 수 변화는 크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매출을 살펴보면,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 원으로 70%가량 추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지유는 작년 8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낸 뒤, 점차 판을 키우고 있다. 8월 말 용인롯데몰 수지점에 2호점을, 9월 초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3호점을 연달아 개점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이달 12~15일에는 120여 개 품목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면서 일부 품목을 ‘완판’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유니클로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라는 직격탄을 맞는 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지유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17일 오후 2시 유니클로와 지유 3호점이 나란히 있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도 뚜렷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유니클로는 매장을 새롭게 꾸며 6일 재개점했다. 같은 날 지유 3호점도 문을 열었다. 새로 영업을 시작한 지 약 10일이 지났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유니클로는 한산했지만, 지유는 물건을 구경하고 결제하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앉아서 신발을 신고, 탈의실이 어디냐며 직원에게 묻고 옷을 입어보는 손님들이 많았다. 유니클로와 달리 손님 수도 제법 많았다.
유니클로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유니클로 매출이 떨어지고, 손님 발길이 적어진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라며 “지유는 속칭 ‘오픈빨(개업 효과)’도 있고, 가격도 더 싸서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유를 찾은 손님들 상당수는 지유가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영등포구에 사는 구연정(33) 씨는 “타임스퀘어에 가끔 오는데 ‘지유’라는 새로운 옷 가게가 생겨서 온 김에 물건을 하나 샀다”라고 말했다. 기자의 설명에 구 씨는 “인터넷을 잘 하지 않아서 유니클로가 지유를 만들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최 모(25) 씨도 “(불매운동에)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니클로와 지유가 관련 회사라는 것을 몰랐다”라며 “왜 이렇게 바짝 붙어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도 일본 불매운동 영향을 덜 받는 요인이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지유는 유니클로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같거나 더 싸다. 청바지는 2만 원, 경량조끼도 1만~3만 원 더 저렴하다. 니트, 재킷 등 다른 품목도 2만~3만 원 정도 싸다 보니 ‘가성비’를 추구하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직장인 김규은(32) 씨는 “일본 불매운동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것이 월급쟁이 마음”이라며 “가을을 준비하는 마당에 좀 더 싸게 옷을 입어보고 사려고 이곳을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옷, 신발 상품군이 더 다양한 것도 지유의 특징으로 꼽았다.
상황이 이러하자, 상당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유를 불매운동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그 운영사를 타격하기 위함인데, 지유 매출이 많아지면 불매운동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누리꾼들은 "국내 정치 이슈에 정신이 쏠린 사이에 이렇게 됐다. 다시 'No Japan'을 외칠 때"라고 주장했다. 또 "지유가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라고 한다.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타깃이 돼니 자매 브랜드를 확장하는 듯"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와 관련, 에프알엘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추가 개점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다"라며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매장은 한국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곳이다. 일본과 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